도봉산은 밤에 칠흑 같다. 프랑스제 등산용 헤드라이트를 켜 봐도 도리어 캄캄하고 혼돈을 준다. 산 중턱에나 올라가야 뼈같이 땅에 드러난 화강암이 달빛에 부끄러워 하얗다. 한국사회의 기존 질서에 번개같이 금을 쩍 가게 할 사회 문제가 분명히 도봉을 위시해 좌우로 뻗어 동쪽으로 검단산을 두고 남향해 관악을 향해 이를 감추며 숨을 죽이고 있다.
풍수가 최창조는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였다. 언젠가 워커힐의 한강을 두른 지역에 사는 최종현 회장에 대한 풍수에 관한 평도 그는 했었다. 최 회장 정도 되는 인물이니 그곳의 험한 기운을 누른다는 취지의 말을 언론에서 했다. 그의 청와대 터에 대한 의견도 같은 유력지에 실린 적도 있다.
한국의 산악에 밤이면 어둠이 내리는 것처럼 한국 사회에도 거대한 어둠이 다가오고 있다. 실업에 한때 왕성한 힘을 가지고 움직이던 한국은 말라가고 노쇠해 가고 있다. 기업의 역사에서 핵심적 경륜과 사회적 현상에 깊게 바라보고 넓게 인식하는 능력을 겨우 가진 산업의 한 단층을 급속하게 붕괴시키고 있다.
꽃은 마르면 차로 끓여 마시기도 하고, 나뭇잎은 따서 차로 볶기도 한다. 꽃차 같은 다채로운 천연 빛을 한국 노동시장은 내기가 불가능한 걸까. 분명 노동시장을 관통하는 맥락은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중대한 흐름의 반전이 있어야 할 지점에 한국사회의 노동시장에 역할을 관청을 넘는 주도적 세력이 깃발을 한강 물이 튀어 오르고, 북한산이 좌우로 흔들리도록 일어냐야 한다.
지금 60, 70, 80세대는 길이 없어도 길을 낸 한국 산업 전선의 제1세대다. 제2의 고용 세대는 베이비부머로 분류되는 두터운 층으로 주요 산업의 최고위 경영자부터 몸담던 정든 기업의 정문을 지나기 전까지 기다란 그림자를 남긴 은빛 머리의 세대다.
이 두 산업 세대 이전의 한국사는 태풍이 지난 길에 물에 잠긴 땅에 누운 보리요 쌀 같았다. 바로 이 세대들이야말로 한국사의 질기고 낡은 사농공상 카스트 제도와 왕정의 역사에 살던 이전 세대를 나누는 역사적 분수령이다.
가장 고생을 크게 한 산업 1세대는 일제치하에서 못 먹고 못 입으며 자라고, 전쟁을 겪고 나서도, 세계의 사막, 밀림, 탄광을 가리지 않고 갔고, 중동부터 동남아까지, 아니면 멀리 독일의 탄광 일이나 간호직을 하거나, 베트남의 밀림 속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이들이 번 달러가 수혈되어 후진국 한국 산업사회가 시작되었다.
전문성을 앞세워 철강, 건설, 반도체, 자동차, 선박, 중화학 공업이란 산업의 단단한 기반을 2차로 이룩해 간 것은 베이비붐 세대이다. 이들의 특유의 문화는 기업을 일사불란하게 밀고 나갔고, 그들의 업적은 높고 크고 깊다.
이런 인식을 다시 사회 발전의 구심점으로 작동하게 할 사회적 변혁과 혁신은 누가 주도할 수 있을까? 1960년대라면 미국의 조직 문화의 하나인 미군의 형태, 기능, 또 운영을 실전이나 냉전 기간 중에 학습한 한국군의 조직이 있었다.
2000년대 전후부터 지금까지는 어쩌면 한국사회를 발전시킨 가장 보편적이고, 전문적이고, 추진력을 가진 집단은 한국의 내륙이나 해안선에 빼곡히 박힌 기업들이다. 세계의 주도적 기업과의 산업 경쟁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주도세력에 베이비붐 세대도 빠지지 않는다.
청와대는 시니어 고용의 깃발을 이제 힘차게 세워야 한다. 한국 사회 문화에서 모든 주요한 정책적 시작은 청와대다. 그 깃발 아래 신 고용 문화를 도입하고 형성돼 사회에 또 하나의 대안이 될 노동 층을 기업에도 득이 되고, 가계에도 이익이 되게 할 정책 혁신이 추진되게 해야 한다.
한강은 바람을 일으키는 곳이다. 청와대 최고 리더의 눈에서 시니어 노동 시장에 대한 정책 관심이 번개처럼 주요 신문의 지면에 오르내리고, 정부 내 정책 엘리트들이 정책의 비를 산천에 뿌리는 행동의 집중을 보이면 잠룡이 들과 밭에 나타나고 한국 사회는 시니어 문화도 부재하고, 시니어 노동 잠재력의 구현을 한국사는 물론 세계에 드문 노동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변혁을 노래하는 개미 같은 이 시니어 세대 노동력은 그 하나로써는 힘이 보잘것없다. 그러나 이들은 사실은 한국사의 맥락에서 사람과 사람에 길게 이어져 왔었던 저 역사적 보릿고개의 상징어에 심장 속 어딘가에서 분연한 결기를 느낄 것이다.
또 그 아드레날린이 그들의 애잔하게 남은 잔 근육과 뼈를 긴장시킬 것이다. 6·25 때 어느 사진 속의 마치 보리인 양 촘촘하게 대열을 이뤄 걷던 긴 무리의 피난민들처럼 이들은 그들의 박달나무 같은 단단한 전문성과 투지의 근성을 보이며 새로운 한국 시니어 경제와 그들의 가계 안정을 향해 점잖고 조용하게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
청와대는 깃발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높이 들어야 한다. 방방곡곡에서 신 시니어 고용정책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할 때다. 번개를 칠 먹구름이 버섯처럼 정치 1번가에서 자라 오르고, 또 먹구름의 시원한 장대비를 맞고 가뭄에 굼벵이처럼 말라 죽어 껍질만 남게 될지 모를 잠룡들이 승천할 기회를 뿌려야 한다.
인식을 시각으로 드러나게 하는 정책은 좋은 디자인과 같다. 이런 토대에서 좋은 기업 고용 방침과 그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세부 조직이 관청에서 관청으로, 또 기업으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바다 건너까지 전달되면 그 파급 효과는 하나의 시너지 효과로 기업의 효율성과 시니어 가계의 합당한 경제적 접점을 형성하면 매우 클 것이다.
기업은 높은 전문성을 가지면서도, 합리적 비용이라는 유연한 시니어 고용시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시니어 세대는 합리적 가계 수입을 주울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사회안전망을 얻게 된다. 절묘한 정책과 더불어 기업에 보건상으로 또 고용 기회의 무분별한 남용을 주도적으로 스스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최저한도의 가이드라인을 허락해야 사주의 고용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붓다의 말과 같이 배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강을 건너가기 위한 수단은 정책의 목표가 아니다. 고용은 배와 같다. 기업에게 배를 강을 건널 때 말고도 산길에서도 골목에서도 무조건 지고 가게 하는 정책은 최소한 '시니어 고용시장'에서는 지양해야 할 현명하지 못한 정책이다.
일종의 임금 디스카운트를 통해, 또 신체적 능력을 겸비한 노동력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적이고 실제적인 집단으로서 시니어 세대는 소중히 보호되고 가꿔져야 할 귀중한 인력 자원이다. 이들이 각각의 산업현장과 사회경력에서 이룩한 다채롭고 실질적인 경험과 전문성은 방치되고 소멸되게 하기에는 정말 아깝지 않은가.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기업 인사정책과 문화도 그 방향과 시각을 넓고 깊게 틀어야 할 때다. 기업의 인사제도는 기업의 유전자 같은 것이다. 그 중요성은 그 정도인데 아직 한국의 인사 제도는 솔직히 이 정도의 통찰력을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전문성을 가지고 연결되면 큰 힘을 발휘하고 끼칠 만큼 그들의 두터운 사회적 네트워크가 적힌 이력서는 헤드헌터의 쓰레기통에 들어가거나 워드나 한글에서 무관심하게 다뤄지고 삭제될 그런 무의미한 게 아니지 않나? 그러기에는 그들은 아직 너무도 젊고 강하다.
기업의 이익 추구라는 측면에서도 시니어 채용이 우대되도록 각종 전문성이 있는 산업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도 시니어들의 전문성을 사서 기업이 채용할 경우에 이들에게 금융이나 기타 산업 정책의 우대가 시간적으로 밀접하고 민감하게 연계되어 지속되게끔 청와대가 마련하는 첫 삽을 뜨는 것은 어떨까?
청와대의 수장인 대통령과 그 정책 수행 엘리트들이 0.5°의 열의를 더하면 그 확산되는 효과는 시니어 고용 시장에서 15°의 효과 상승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는가. 노동시장에 기업을 공포로 몰고 가지 말고, 기업이 반드시 이익을 보고 아울러 이런 사회적 이미지 메이킹과 더불어 기여까지도 할 수 있는 상황을 열어 줘야 한다.
관의 압력 말고, 시니어 노동 시장만의 특수한 유연함을 그 예로 하나 들 수 있겠다. 시니어 단순 재취업이 아닌 전문성과 기업 효율 제고란 측면에서의 재취업에 기여하고 주도한 기업체는 그 결과물을 절대값과 백분율 같은 정량적 기준으로 금융 혜택이나 우대하는 제도가 또 다른 예다.
사회의 시니어 시장에 대한 인식을 살리는 청와대의 취지와 다른 기업의 경우에는 악용할 근거를 원천적으로 막을 최저한도의 방안을 기업과 전문가 집단이 참가한 광의의 정책 제언팀에서 수립해 봐야 한다. 가령 후진적이고 비열한 시니어 고용 악용 기업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개선을 권장해야 할 수도 있겠다.
간략히 정리하면 청와대가 대왕의 깃발을 높이 세워 역사상 처음 실질적인 전문성을 기업에서 수행하다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은퇴 시니어나 구직 시니어의 노동력을 위한 실질적으로 참여한 모든 경제 주체, 즉 기업, 시니어 가계, 정책 입안자에게 행복과 희망을 가져다줄 새로운 중장년 이상의 노동 시장을 유연하고 사회의 한 노동 실질 세력으로 부활시켜야 할 때다.
청와대가 퇴직의 골목길에 스며든 은퇴자들의 등을 어루만지고, 사회적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주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시니어 가계가 적정하게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안정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또 기업으로서 보면 그들의 오래 축적된 다양한 산업의 제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통찰력을 기업 발전의 에너지로 분명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좋은 의사다. 아픈 환자의 손을 꼬옥 잡는 의사야말로 명의가 아닐까. 모두가 사는 시니어 정책의 시작은 청와대만이 할 수 있다는 인식은 꽃 향기처럼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