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세먼지의 대공습] 수도권 미세(微細) 먼지로 인한 폐질환 年80만명… 사회적 비용 12兆

지난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 사거리. 찌푸린 날이 많은 겨울의 유럽 도시처럼 서울이 '회색 도시'로 변했다. 중국발(發) 미세 먼지바람이 서울까지 불어와 영향을 끼친 데다 서울 도심에서 내뿜는 자체 매연까지 더해져 스모그(smog·연기와 안개의 합성어)가 심해졌다.

◇'중국 탓'만 하기엔…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미세 먼지의 30~50%는 중국에서 불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나머지 미세 먼지는 도심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영등포 사거리는 대형 버스 정류장이 줄줄이 늘어선 곳으로 22일 오후 이 일대 도로에는 차량이 꼬리를 물고 지났다.

원래도 매연에 숨 막히던 곳이 미세 먼지바람까지 더해지자 마스크를 하거나 손으로 입을 가린 행인이 많았다. 부근 길거리에서 20년 넘게 장사했다는 김영순(76) 할머니는 "오늘같이 뿌연 날엔 목도 칼칼하고 공기가 유달리 안 좋아 숨쉬기가 거북하다"고 했다. 22일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차량이 늘자 영등포 사거리의 미세 먼지 농도는 급속히 치솟았다. 이날 오후 4시 영등포 대로변 측정망에서 측정된 미세 먼지 농도(109㎍/㎥)는 1시간 전(82㎍/㎥)에 비해 27㎍/㎥ 올랐다.

이 같은 미세 먼지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인하대 임종한 교수 연구 자료를 인용해 "수도권에서만 미세 먼지 탓에 연간 2만명 정도가 기대 수명보다 일찍 사망하고, 폐 질환자가 80만명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비용은 약 12조3000억원에 이른다.

더구나 서울은 중국 먼지바람 영향으로 세계 주요 도시보다 미세 먼지 위협에 더욱 취약하다. 작년 서울의 미세 먼지 연평균 농도(41㎍/㎥)는 미국 워싱턴(12㎍/㎥)의 3.4배, 일본 도쿄(21㎍/㎥)의 2배 정도다.

◇같은 서울도 미세 먼지 농도 제각각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서도 미세 먼지 농도 차이가 컸다. 서울 관악·양천구의 미세 먼지 농도는 최고 148·145㎍/㎥으로 높았지만 성북·동작구는 94·99㎍/㎥ 수준으로 낮았다. 실제로 지난 22일 오후 4시 30분쯤 동작대로 도로변 대기 측정망의 미세 먼지 농도 측정치는 104㎍/㎥이었지만 인근 동작구 도심에서는 64㎍/㎥이었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함께 도로변에는 타이어와 아스팔트 마모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 먼지 영향도 크다는 것이 국립환경과학원 설명이다. 실제로 신촌 176㎍/㎥, 종로 90㎍/㎥의 관측 값(22일 최대치)은 두 배가량 차이 났다. 같은 서울이라도 지형이나 바람 길에 따라 미세 먼지 농도의 국지적 차이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안준영 연구사는 "미세 먼지 발생량은 차량 속도나 교통량에 따라 제각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