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근의 공간 사옥 '미술계 큰손'에 팔렸다

건축가 김수근(金壽根·1931 ~1986)의 작품으로 한국 현대건축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서울 원서동 '공간 사옥'<사진>이 새 주인을 찾았다.

천안에 본점을 둔 아라리오갤러리(회장 김창일)는 25일 "수의계약으로 공간 사옥을 매입했으며, 건물을 미술관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라리오갤러리는 "김수근의 모든 것과, '공간'의 역사를 안고 갈 것이다. 담쟁이로 둘러싸인 앞쪽 부분은 원형 그대로 놓아두고, 김수근 작업실도 그대로 둔다"고 밝혔다. 매입 가격은 150억원으로 알려졌다.

아라리오갤러리는 "내년 9월쯤 개관 기념 전시를 열 계획이다. 첫 전시는 건축전이 될 것이며, 김수근 선생 자료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대미술 컬렉션을 함께 보여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소유주인 김창일(62) 회장은 데미언 허스트, 마크 퀸 등 세계 미술계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미술계 큰손. 김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술관을 여는 건 나의 오래된 꿈이었다. 역사가 깃든 건물을 잘 지켜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근이 1971년 설계한 공간 사옥은 건물 소유주인 설계사무소 공간이 지난 1월 부도 나면서 지난 21일 공개 입찰이 실시됐으나 유찰됐다. 김수근문화재단을 비롯한 국내 건축계 인사들은 건물 매각을 반대하며 공공화할 것을 주장해 왔다. 문화재청은 공간 사옥 가운데 김수근이 설계한 옛 사옥을 등록문화재로 등록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