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기부, 아름다운 약속] [10·끝]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한목소리로 "나눔의 가치 물려주기, 적극 지지"

"자식들 나약하게 만들기보다는 장애인들을 위해 유산 일부를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그 사람들의 어려움, 누구보다 제가 알지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설립 6주년 기념 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28호 회원 류종춘(67)씨는 장애인을 위해 쓰이길 바란다며 유산 기부를 서약했다.

류씨는 세 살 때 홍역을 앓다 후유증으로 척추 중증장애 2급 장애인이 됐다. 열 살 무렵엔 집에 큰불이 나 살림을 모두 날렸다. 공무원이던 아버지마저 심한 화상을 입고 실직했다. 류씨는 걷기도 힘든 몸으로 10대 때부터 농사, 좌판 장사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했다. 7년간 남 밑에서 일을 배워 염료 도매상을 차렸고, 이 사업에 30년을 매달려 돈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연탄이나 쌀을 보내며 틈틈이 어려운 장애인 돌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50대 중반에 사회복지학 석사를 받고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장,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죽지 못해 이 악물고 버틴 순간도 많았다"며 "다른 어려운 사람들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류씨는 지난 2010년 5월 1억원을 기부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고, 그 기부금으로 나눔고리기금을 만들었다. 자신처럼 장애를 갖고도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는 장애인 대학생들을 돕기 위해서다. 그는 "다른 회원들도 뜻을 함께해 지금까지 113명의 장애인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었다"며 "내 유산 일부도 더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150여명의 다른 회원들도 "다음 세대에 희망을 전하고 나눔의 가치를 물려주는 유산 기부에 공감한다"며 유산 기부를 적극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동건 회장은 "아너소사이어티가 6년 만에 60배 성장해 500호 회원을 바라보게 됐다"며 "유산 기부자 모임 '레거시 클럽'도 앞으로 크게 성장해 우리나라 나눔 문화를 한 단계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산 기부' 동참하려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하는 유산 기부자들의 모임인 ‘레거시 클럽(Legacy Club)’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의 유산을 함께 나눠 더 큰 ‘사회의 유산’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유산을 기부하겠다고 서약하면 ‘서약 회원’, 구체적인 기부 금액이나 방법을 밝혀 공증까지 받으면 ‘정회원’으로 예우한다. 유가족이 고인의 이름으로 유산 일부를 기부하면 ‘특별 회원’이 된다.

사후에 재산의 일부 혹은 전부를 공익 목적으로 기부할 의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공동모금회가 펼치는 ‘유산 기부, 아름다운 약속’ 캠페인에 참여해 레거시 클럽 회원이 될 수 있다. 공동모금회는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신한은행·천지세무법인과 업무 협약을 맺고 유산 기부자들에게 필요한 법률·세무·금융 자문을 제공하며, 기부자의 뜻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부 절차와 방법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문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02-6262-3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