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자본은 반드시 惡인가

세계적 에너지 기업에서 승승장구하는 스티브(맷 데이먼)와 그의 동료 수(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천연가스 매장 지역인 매킨리 마을에 주민들을 설득하러 간다.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주민들은 천연가스 개발에 동의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돈이 있으면 당신네 아이들은 더 좋은 교육을 받으며 대출금 없이 대학에도 갈 수 있다. 당신들의 땅과 차를 담보로 맡긴 은행 앞에서 당당할 수 있다." 스러져가는 농촌에서 태어나 혹독한 가난을 겪은 스티브는 진심이다.

목장을 운영하면서 죽은 형의 아들을 키우는 매킨리 마을의 한 남자는 천연가스 개발에 동의하지 않는다. 농촌의 몰락과 함께 그는 막대한 빚을 졌으며, 아직 어린 조카를 키워야 한다. 하지만 150년간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아온 땅을 포기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땅을 지키겠다고 군인이 됐다가 목숨을 잃은 형도 있다. 이 남자도 역시 진심이다.

사람들은 종종 정신적 가치와 자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과 맞닥뜨린다. 거스 반 산트 감독의 '프라미스드 랜드'는 자본 때문에 모욕 앞에 선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5월 열린 서울환경영화제의 개막작이란 이유로 이 영화를 '환경영화'로만 취급한다면 '프라미스드 랜드'는 참 원통해할 것 같다.

자본과 땅의 가치 사이에서 매킨리의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한다. 돈이나 개발의 논리를 쉽게 '악(惡)'으로 규정하는 드라마의 전형에서 벗어나 자본과 땅이 현실에서는 똑같은 무게의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두 가지 가치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인간에게 무턱대고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사려가 이 영화에 있다.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게 이 영화가 내는 작은 목소리다.

'굿윌헌팅'에서 주연·시나리오를 맡았던 맷 데이먼과 연출을 맡았던 거스 반 산트 감독이 같은 역할로 다시 뭉친 작품이다. 회사의 돈·힘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환경주의자를 윽박지르는 데이먼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역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을 "환경을 생각하자"는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 같은 스티브의 연설로 마무리 짓는 것은 아쉽다.

동성애, 청소년 문제 등 치열한 소재를 섬세한 방식으로 다뤘던 거스 반 산트 감독이 이런 식으로 편하고 성급하게 마무리를 했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놀라울 정도다. 12월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