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창고'에서 나온 그림들

검찰이 전두환 전(前) 대통령 일가로부터 압수한 미술품 600여점 중 330여점이 다음 달 경매에 나온다.

K옥션은 다음 달 11일 오후 4시 '전재국 미술품 컬렉션' 경매를 연다. 출품작은 모두 80점, 경매 추정가 총액은 약 20억원이다. 출품작 중 최고가로 추정되는 것은 김환기(1913~1974)의 1965년작 유화 '24-Ⅷ-65 South East'. 가로 127㎝, 세로 178㎝ 크기의 이 그림 추정가는 4억5000만~8억원이다. 손가락에 물감을 찍어 그림 그리는 화가 오치균(57)의 1999년작 아크릴화 '가을 정류장'은 추정가 1억~2억원에 나왔다. K옥션은 "예전에 2억5000만원에 팔았던 것인데, 경매의 목표가 추징금 환수이니만큼 값을 낮춰서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 초기에 관심을 끌었던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의 판화 '앵그르 이후의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는 추정가 1200만~2000만원에, 데미안 허스트(48)의 실크 스크린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1500만~2500만원에 나온다.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프리뷰는 30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K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K옥션은 12월 13~17일 연회비 없이 회원 가입만 하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경매도 별도로 연다. 온라인 경매에는 100여점이 나온다.

서울옥션은 다음 달 18일 서울 평창동 본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경매'를 연다. 출품작은 155점, 추정가 총액은 경매 시작가 기준 약 20억원이다. 서울옥션은 "정확한 가격은 아직 협의 중인데, '시장 가격'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출품작 중 최고가 작품은 겸재 정선(1676~1759)의 '계상아회도(溪上雅會圖)', 현재 심사정(1707~ 1769)의 '송하관폭도(松下觀瀑圖)' 등 조선시대 화가 9명의 작품 16점이 실린 화첩. 추정가는 5억~6억원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특별 주문해 자택에 걸어 두었던 이대원(1921~2005)의 유화 '농원'(1987)도 3억~4억원 선에 나왔다. 가로 194㎝, 세로 90㎝의 대작. 서울옥션 프리뷰는 12월 6~11일 서울옥션 강남점 호림아트센터, 14~17일 평창동 본사에서 열린다.

경매에서는 보통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 인기지만, '전씨 일가 컬렉션'이란 명패에 대한 컬렉터 반응이 어떨지는 미지수. 이상규 K옥션 대표는 "국고(國庫)를 위한 것이라 위탁 수수료도 일반 경매에 비해 덜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