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세계 이야기 '외교관 선생님'께 들어요

"스위스는 왜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않았나요? 화폐는 왜 유로화 대신 스위스프랑을 쓰나요?"

26일 오전 서울 명신초등학교 강당에 이 학교 6학년 학생 70여명이 모여 앉았다. 이날 '일일 외교관 선생님'으로 변신한 도리스 지로 주한 스위스대사관 일등 서기관은 스위스에 대한 학생들의 연이은 질문 공세에 답하기 바빴다.

서울 종로구에서 활동 중인 주한 외교관들의 재능 기부 프로젝트 '외교관이 들려주는 생생한 세계 이야기'가 '글로벌 인재'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호평받고 있다. 2011년 3월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종로구청이 관내 23개 대사관이 주재해 있다는 특성을 살려 학생들 꿈을 키워주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했다. 출범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 환경에 있는 관내 11개 지역 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20여년간 전 세계를 구석구석 누비며 '지구촌'을 직접 경험해 온 외교관들은 교과서 밖 세계의 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첫 주자로 나선 폴 멘크펠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하멜 표류기가 쓰인 당시 네덜란드의 상황, 그리고 세계 무역의 역사를 더해 네덜란드가 한국과 역사적으로 깊은 인연이 있는 나라임을 알렸다. 안토니오 낀떼이루 주한 포르투갈 대사는 '축구 선수 호날두' 너머의 포르투갈에 대해 소개했다. 참가 학생들의 호평이 계속되고 '외교관 선생님'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자 종로구는 초등학교로 참여 대상을 확대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네덜란드·스위스·베트남 등 13개국 15명의 외교관이 교사로 변신해, 33차례에 걸쳐 2139명의 아이와 만났다.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 학생들을 만나는 시간은 외교관들에게도 큰 즐거움이 됐다. 7차례나 참가한 라울 림 바흐 주한 스위스 참사관은 작년 추석 수업 때 만난 학생들을 자택으로 초대해 한복을 입고 명절 음식을 나눴고, 마이크 윌리엄스 주한 캐나다대사관 서기관은 대사관으로 학생들을 초청했다.

폴 멘크펠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도 6차례 학생들을 만났다. "외교와 배움 두 마리 토끼를 학생들에게 전달할 훌륭한 기회"라는 것이 참여한 외교관들의 공통된 소감이다.

지로 서기관과 함께 1시간여 동안 '스위스 여행'을 다녀온 설주은(11)양은 "외교관처럼 멋진 사람이 되려면 외국어를 유창하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