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직후 中 국민당 정부 "우리가 제주도 信託統治해야"

"이 3개 섬(울릉도·독도·제주도)은 원래 한국에 속하는 땅이다. 법리와 도의로 말하자면, 우리는 당연히 이 영토들이 한국에 속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한국을 신탁통치하는 기간에 이 세 섬은 미국이나 중국에 의해 통치돼야 한다. 아니면 울릉도와 죽도(竹島·독도)는 미국이, 제주도는 우리 중국이 맡아 관할해야 한다."

1947년 중국 국민당 정부의 외교문서 '일본 영토 처리 변법연구(日本領土處理辨法硏究)'의 일부다.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옛 일본 영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외교문서의 내용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문서들에는 ▲중국이 독도를 한국 영토로 분명히 인식했고 ▲대마도(對馬島·쓰시마)까지도 일본이 아닌 한국 영토로 귀속되기를 바랐으나 ▲제주도는 중국이 관할하기를 원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독도 전문가인 유미림 박사(정치학·한아문화연구소 대표)는 지난 29일 출간한 단행본 '우리 사료 속의 독도와 울릉도'(지식산업사)에 실린 논문 '중국의 대한(對韓) 영토 인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유 박사는 최근 중국 난징(南京)의 제2역사당안관에서 '유관일본강역문제적자료(有關日本疆域問題的資料)' '구일본영토(舊日本領土)' '기밀(機密) 일본영토처리변법연구' 등 1947년의 외교문서들을 찾아내 그 내용을 일부 소개했다.

이 문서는 중국이 연합국 최고사령관 총사령부(GHQ)가 낸 지령인 'SCAPIN-677'(1946)을 근거로 대일(對日) 영토 처리 방침을 구상한 것이다. 열강이 한반도의 신탁통치를 논의하던 시점이기도 하다. 이런 중국의 방침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회담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 문서에서 중국은 "죽도(독도)는 울릉도의 동북부에 있는데 면적은 크지 않으나 울릉도의 속도가 된다"고 했다. 독도가 울릉도의 부속 도서로서 한국의 영토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은 나아가 "대마도는 조선과 관계가 가장 깊었으므로 조선으로 귀속시킬 것을 주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군이 그대로 대마도를 가진다면 조선해협(대한해협)의 정세는 일본이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이 이 지역의 제해권을 잡을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제주도에 대해서는 영토적 야심을 드러냈다. 제주도가 한국령이라는 것은 인정하되 '중국이 신탁통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제주도에는 (일본이 건설한) 양호한 비행장이 있는 데다 군수함 기지도 될 수 있다"며 제주도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 "만일 강성한 한국이 있다면 제주와 울림(울릉도)·죽도(독도)는 당연히 한국에 귀속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소련에 귀속되거나 소련이 탁치할 수 없으며 미국이나 중국이 탁치해야 한다"고 했다.

유 박사는 "이것은 한국이 강성해지지 못할 경우 중국의 탁치가 장기화되거나 귀속처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내포한 논리"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