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독' 벗어나니… 靑春, 제대로 보였다

젊었을 땐 정작 젊음을 모른다더니 '젊은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프랑스의 프랑수아 오종(47) 감독은 청춘의 이름표를 떼고 나서야 젊음을 알게 됐다. 영화 '영 앤 뷰티풀' 개봉(5일)을 앞두고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그는 "나는 예전과 다른 사람이다. 나도 늙은 사람"이라고 했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어리고 아름다운' 소녀 이사벨(마린 백트)이 17세가 되면서 성에 관심을 가지고 매춘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사벨은 매춘하면서 만난 노인과 친해지고, 그가 죽자 그의 아내(샬롯 램플링)가 이사벨을 찾아온다. 가족이나 친구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이사벨은 이 노부부와 대화를 이어가며 인생을 배운다. 영화는 '어리고 아름다운 것'들이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지 탐색한다.

―왜 10대 소녀가 매춘하는 영화인가.

"매춘이 아니라 10대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이들은 어렸을 때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자기 욕망이 뭔지 모른다. 우린 가끔 어떤 사람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청소년들은 더 심하다. 어떤 청소년들은 반항하고 자살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 이유를 알기 어렵다. 난 관객들에게 그 미스터리를 제시하고 싶었다."

―중산층 집안에서 꽤 풍족하게 자란 이사벨이 매춘을 하면서 돈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요즘 젊은이들은 돈에 집착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모든 것에 가치가 매겨지니까. 어리다고 할지라도 그걸 안다. 그들은 젊음과 아름다움의 가치나 힘을 잘 알고 이를 이용한다."

―젊은이들이 젊음을 안다는 것인가?

"진짜 안다고 할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이 어리고 아름답다는 것을 모르며, 자신이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그건 살아가면서 알아가는 것이다. 누구나 나이 든 후에야 20대 때 사진을 보면서 '아, 내가 아름다웠다'고 진심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아, 내가 이렇게 어리고 예쁜 줄 알았다면 더 많이 사랑하고 내 육체와 영혼을 더 많은 일에 썼을 텐데'라고 후회하겠지. 이사벨은 그가 하는 일(매춘)의 위험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다. 왜냐면 그 나이 땐 자신이 죽지도 않고 영원히 젊을 줄 아니까."

―당신은 언제나 배우들의 이중적 모습을 아주 섬세하게 포착한다. 신인으로 이번 영화의 주연을 맡은 마린 백트도 순수함과 퇴폐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캐릭터다.

"내 비밀은 배우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캐스팅할 때 '내가 이 사람과 2~3개월 함께 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만약 내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 일은 악몽이 될 것이다. 감독은 여자뿐 아니라 인간을 사랑하고, 그들의 아름다움을 포착해야 한다. 영화는 욕망에 관한 것이고, 관객들은 그런 영화와 사랑에 빠지고 싶어하니까."

오종 감독을 유명하게 만든 초기작을 돌아볼 때 그가 자신을 "늙은 사람"이라고 한 것은 다소 당혹스럽다. 데뷔작 '시트콤'(1998)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았던 그는 패륜아를 그린 '크리미널 러버'(1999) 등으로 '프랑스 영화의 악동'이라고 불렸다. 그의 영화에는 성과 폭력이 난무했고, 특히 성에 있어서는 근친상간이나 난교 등 '사회적 금기'라고 불릴 만한 것들이 상상력으로 작용한다. 오죽하면 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프랑수아 오종이 섹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앨프레드 히치콕이 서스펜스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고 말했을까.

―젊었을 때 당신은 어땠나. 당신과 당신의 영화는 지금 많이 변했나.

"나는 20대 때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어렸을 땐 더 폭력적이었다. 커리어를 시작할 때였기 때문에 영화계에서 내 위치를 차지하고 싶었고, 강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깊은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충격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가족에 관해서도 그땐 뒤틀리게 묘사했지만 지금은 공감에 가깝다. 예술가란 시간이 흐르면서 언제나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변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