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選曲 시계'는 거꾸로 간다… 그때 그 시절로
입력 : 2013.12.02 00:03
[옛 노래가 점령한 라디오 음악]
10~20대, 라디오에 애정 낮아 고령화된 청취층에 맞춰 선곡
드라마·예능 복고 열풍도 한몫…
문화 향유 계층의 폭 넓히지만 좋은 곡 발굴하는 기능은 축소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머라이어 캐리·1994년 발표)' '명동콜링(크라잉넛·2006)' '나의 성공담(DJ DOC·1996)'…. 지난 28일 방송된 KBS 2FM 라디오 'FM대행진'에서 출근길에 흘러나온 노래들이다. 신곡 못지않게 오래전 발표된 노래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동시간대 프로인 SBS '파워FM'도 선곡표엔 '너를 사랑해(한동준·1993)' '난 너에게(정수라·1987)' 등 80~90년대 '옛 노래'들이 포진했다. '어젯밤 이야기(소방차·1987)' '웬 아이 니드 유(리오 세이어·1977)' 등을 틀어준 MBC '굿모닝 FM'이나, '돈 워리 비 해피(바비 맥퍼린·1989)' '픽 업 더 폰(F.R.데이비드·1982)' 같은 옛 팝송들로 채운 CBS 음악FM '그대와 여는 아침'도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했다.
라디오 음악이 나이 들어가고 있다. 신곡들이 쏟아지지만 이른 아침부터 심야 시간대까지 라디오를 점령한 것은 철 지난 옛 노래들이다.
◇세월 거스르는 라디오 선곡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옛 노래'는 나른한 오후에만 주로 내보내고, 대부분의 음악 프로그램 선곡(選曲)은 동시대 신곡이 중심이 됐다. 지금은 정반대다. 신곡 위주로 꾸리는 프로는 아이돌이 진행하는 '키스더 라디오'(KBS 쿨FM) 등 소수에 불과하다.
동시간대 프로인 SBS '파워FM'도 선곡표엔 '너를 사랑해(한동준·1993)' '난 너에게(정수라·1987)' 등 80~90년대 '옛 노래'들이 포진했다. '어젯밤 이야기(소방차·1987)' '웬 아이 니드 유(리오 세이어·1977)' 등을 틀어준 MBC '굿모닝 FM'이나, '돈 워리 비 해피(바비 맥퍼린·1989)' '픽 업 더 폰(F.R.데이비드·1982)' 같은 옛 팝송들로 채운 CBS 음악FM '그대와 여는 아침'도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했다.
라디오 음악이 나이 들어가고 있다. 신곡들이 쏟아지지만 이른 아침부터 심야 시간대까지 라디오를 점령한 것은 철 지난 옛 노래들이다.
◇세월 거스르는 라디오 선곡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옛 노래'는 나른한 오후에만 주로 내보내고, 대부분의 음악 프로그램 선곡(選曲)은 동시대 신곡이 중심이 됐다. 지금은 정반대다. 신곡 위주로 꾸리는 프로는 아이돌이 진행하는 '키스더 라디오'(KBS 쿨FM) 등 소수에 불과하다.
라디오 음악 시계가 왜 거꾸로 돌아간 걸까? 우선 청취층 고령화에 따른 불가피한 변화라는 분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3453가구를 대상으로 한 라디오 청취형태 조사에서 '최근 1주일 이내에 들었다'고 답한 비율은 20대(18.9%)와 10대(10.8%)보다 30대(38%)·40대(41.1%)·50대(36.3%)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내가 직접 주파수를 맞추지 않고 남이 틀어놓는 거 듣는다'고 답한 비율을 보면, 10대(37.6%)·20대(17.8%)가 30대(7.5%)·40대(9.4%)에 비해 훨씬 높아 젊을수록 라디오에 대한 애정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여줬다. 청취 수단으로는 '차량 오디오(59.7%)'가 압도적이었다.
한 지상파 라디오 중견 PD는 "1970~90년대 당시 10~20대였던 청취자들은 지금도 운전하며 여전히 라디오를 듣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현 10~20대들은 라디오를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영상 매체의 복고(復古) 바람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이후 TV오디션·서바이벌 프로가 쏟아지며 시작된 옛 노래 재조명 열풍이 지속되고 있는 것. KBS 2TV '불후의 명곡'의 경우 최근 유열·정수라·박상민·최진희 등 80~90년대 가수들을 조명했고, tvN '응답하라 1994'는 '너에게' '가질 수 없는 너' 등 90년대 노래를 리메이크해 삽입곡으로 쓰고 있다. 'FM대행진' 황정민 아나운서는 "새 노래도 많이 틀고 있지만, 요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1990년대가 재조명되면서 당시 노래들이 신청곡으로 많이 들어오고 반응도 좋다"고 했다.
◇'올드보이' DJ 속속 등장
'선곡 고령화'는 'DJ 고령화'로 이어졌다. 2008년 4월 젊은층 음악프로들의 격전장인 밤 10시대에 파격 편성됐던 SBS 러브FM '최백호의 낭만시대'는 5년째 장수하고 있다. KBS 해피FM '밤을 잊은 그대에게'는 지난 10월 '7080가수' 임지훈(55)을 새 DJ로 영입했고, MBC '오후의 발견'도 지난 9월 김현철(44)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라디오 음악의 복고 바람과 관련, '문화 향유 계층의 폭을 넓히는 계기'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좋은 노래를 발굴해 알리는 라디오 본연의 기능이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음반사 홍보 관계자는 "젊은층 이탈 속도가 빠르다 보니 '기존 성인층이라도 잡자'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신곡 소개 기능이 급격히 축소된 면이 있다. 심지어 청취율 조사 기간엔 '낯선 신곡 틀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CBS 음악FM 편성국장을 지낸 한용길 조이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단기 청취율만 의식해 각 프로그램 선곡표가 엇비슷해지는 '묻지마 복고'로 가면 프로그램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유경민 MBC 라디오 편성기획부장은 "재미있는 사연을 UCC 방식으로 만들어 동영상으로 올리고, 스마트폰 이용자들에 맞춰 온라인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10~20대 청취자들을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젊은 청취자를 빼놓고 라디오 미래를 생각할 순 없다"고 했다.
한 지상파 라디오 중견 PD는 "1970~90년대 당시 10~20대였던 청취자들은 지금도 운전하며 여전히 라디오를 듣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현 10~20대들은 라디오를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영상 매체의 복고(復古) 바람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이후 TV오디션·서바이벌 프로가 쏟아지며 시작된 옛 노래 재조명 열풍이 지속되고 있는 것. KBS 2TV '불후의 명곡'의 경우 최근 유열·정수라·박상민·최진희 등 80~90년대 가수들을 조명했고, tvN '응답하라 1994'는 '너에게' '가질 수 없는 너' 등 90년대 노래를 리메이크해 삽입곡으로 쓰고 있다. 'FM대행진' 황정민 아나운서는 "새 노래도 많이 틀고 있지만, 요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1990년대가 재조명되면서 당시 노래들이 신청곡으로 많이 들어오고 반응도 좋다"고 했다.
◇'올드보이' DJ 속속 등장
'선곡 고령화'는 'DJ 고령화'로 이어졌다. 2008년 4월 젊은층 음악프로들의 격전장인 밤 10시대에 파격 편성됐던 SBS 러브FM '최백호의 낭만시대'는 5년째 장수하고 있다. KBS 해피FM '밤을 잊은 그대에게'는 지난 10월 '7080가수' 임지훈(55)을 새 DJ로 영입했고, MBC '오후의 발견'도 지난 9월 김현철(44)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라디오 음악의 복고 바람과 관련, '문화 향유 계층의 폭을 넓히는 계기'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좋은 노래를 발굴해 알리는 라디오 본연의 기능이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음반사 홍보 관계자는 "젊은층 이탈 속도가 빠르다 보니 '기존 성인층이라도 잡자'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신곡 소개 기능이 급격히 축소된 면이 있다. 심지어 청취율 조사 기간엔 '낯선 신곡 틀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CBS 음악FM 편성국장을 지낸 한용길 조이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단기 청취율만 의식해 각 프로그램 선곡표가 엇비슷해지는 '묻지마 복고'로 가면 프로그램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유경민 MBC 라디오 편성기획부장은 "재미있는 사연을 UCC 방식으로 만들어 동영상으로 올리고, 스마트폰 이용자들에 맞춰 온라인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10~20대 청취자들을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젊은 청취자를 빼놓고 라디오 미래를 생각할 순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