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부풀린 論文 믿고 수술법 잘못 택할 수도

이번 논문은 공동 저자 중 한 명이 제보하면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제보자는 작년 8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이런 논문이 세계적 저널에 버젓이 게재되고 문제없이 읽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엉터리 논문에 이름을 올리겠다고 동의한 적도 없고, 공동 저자로서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책임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진실성위원회는 자체적으로 27년간의 수술 데이터를 재추적한 결과 서울대병원 한 곳에서만 18명의 환자가 사망한 사실을 밝혀냈다. 논문에는 27년 동안 19명의 환자만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 서울대 의대 관계자는 "나머지 3개 대학병원에서 27년 동안 단 1명의 환자만 사망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진실성위원회 자체 조사 결과 25년 동안 세종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대학병원에서 선천적 심장 기형 수술을 받은 113명의 환자 중 공식 사망자만 2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서울대 의대 관계자는 "그동안 현장에서 정말 많은 환자가 수술 후 죽어 나가는 것을 봤다"며 "생존율은 생각보다 더 형편없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사 과정에서 제1저자가 동의 없이 다른 의사들을 논문에 공저자로 포함했다는 주장도 신빙성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B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데이터만 보냈을 뿐 논문 완성본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논문의 책임 저자인 A 교수 측은 조사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담긴 의료 기록이기 때문에 논문 작성 후 원자료를 파기했다"고 주장했으나, 진실성위원회는 "연구 노트에 해당하는 원자료를 논문 출간 즉시 파기하는 것은 원자료 관리의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한 심장학계 관계자는 "의사들은 유력 의학지에 실린 논문을 보고 어떤 수술 방법을 선택할지 결정한다"며 "문제가 된 논문은 우리나라 심장 의료계가 고전적 수술 방법으로 놀라운 환자 생존율을 보여줬다는 것으로, 논문을 본 의사들의 수술 방법 선택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고전적 수술 방법의 통상적 생존율이 50% 안팎이라 새로운 수술에 대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데, 생존율 데이터를 아무런 의식 없이 조작한 것은 간접 살인이나 마찬가지"라 했다. 다른 심장외과 전문의는 "요즘도 해외 유명 교수들이 문제 논문을 인용해 고전적 수술 방법의 우수성을 강변하는데,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의학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작이 알려지면 국제적 망신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책임저자인 A 교수는 "보직을 맡다 보니 하나하나 책임지지 못한 것은 있었지만 조작한 사실이 없으며, 우리나라의 데이터를 세계에 알렸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논문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 저자인 D 교수는 "진실성위원회 조사가 조작됐다"며 "공저자가 데이터를 보낸 뒤 논문을 확인하지 않는 것은 의료계 관행이며, 그들도 논문 발표 이후 업적으로 등록하고 외국 학회에 가서 발표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