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5 新중년] "이젠 나를 위해" 한국 新중년 611만명(전체 인구의 12%), 年 122兆(총소비의 18%) 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부터 '특별고객 그룹' 10만2000명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2008년엔 5만6000명에 불과했지만, 5년 만에 배 가까이 늘었다. 1인당 연간 소비액도 5년 만에 20%(620만원→750만원) 증가했다. 최근 이들에게 DM(고객 유치를 위한 정보성 메일)을 발송했는데, 평균 반응률(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전체 고객 평균(39%)보다 월등히 높은 56%였다. VIP고객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특별 그룹'은 바로 '6070 빅핸즈(큰손)'이다. 상위 20% 고객 중 60대 이상 고객층을 말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자신의 건강과 품위를 유지하는 데 소비를 크게 늘리고 있는 계층이 바로 신중년층"이라며 "신중년을 위한 각종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장기간 지속되는 소비 침체에도 신중년의 소비 파워는 불황을 모르고 있다. 신중년은 백화점, 건강식품, 여행,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손'으로 부상 중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전체 인구의 12%가량(611만명)인 신중년은 전체 총소비의 18%(122조500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파워 컨슈머' 신중년

GS샵이 50대 이상을 타기팅해 만든 신중년 전용 쇼핑몰 '오아후' 콜센터에는 주문 전화가 하루 60건 정도 걸려온다. 소비자민원실 천중연 과장은 "신중년은 제품 문의를 할 때 젊은 사람들이 쓰는 단어를 사용하고 세련되게 말하기 때문에 전화 내용만으로는 연령을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아후의 상품 이미지는 기존 쇼핑몰보다 1.8배 이상 크고, 글씨도 14폰트 이상이다.

CJ오쇼핑의 신중년 고객은 2008년 20만명에서 올해 40만명으로 껑충 뛰었고, 총구매액 비중도 5년 새 122% 증가했다. 이들은 고가(高價)의 보정 속옷과 화장품에서도 주요 구매자다. 40만원에 달하는 고급 캐비어 화장품 르페르는 60대 이상 고객이 전체 구매 고객의 20%를 차지한다. 전체 고객 중 60대 이상 비중은 5.9%다. 신중년은 수입차 시장에서도 '큰손'이다. 올해 10월까지 등록된 수입차 7만8571대 중에서 8.7%인 6898대가 60세 이상이 구매한 것이다.

◇생활·여가·문화도 '신중년 바람'

케이블방송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처럼 여행을 하는 신중년도 부쩍 늘었다. 여행사 하나투어의 전체 여행자는 2009년 118만4000명에서 올해 173만2200명으로 46%가량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신중년 여행자는 10만7500명에서 27만3900명으로 155% 늘었다. 인터파크 투어 역시 신중년 고객들은 여행상품 구매에 평균 123만원가량을 들이는 것으로 나타나, 40대(131만원) 다음으로 고급 여행상품 소비를 많이 하고 있다.

신중년은 특히 문화 소비의 '큰손'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신중년 영화 관객은 2004년 35만명에서 2013년 590만명으로 16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터넷 영화 예매 사이트인 맥스무비 김형호 소장은 "신중년 관객이 10대 관객 수에 육박했는데, 신중년 관객을 위한 특화된 시사회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전체 공연 티켓 중 10%는 신중년이 사고 있으며, 전체 유료 회원 7400명 중 20%는 신중년이다.

건국대 이승신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현재 6075세대의 소비는 과거 40~50대와 비슷한 수준이며 점점 더 젊어질 것"이라며 "과거 건강식품, 의료기기에만 머물렀던 '실버 마케팅'이 시장 전반으로 확대되는 '신중년 마케팅'으로의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