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61] 명상하는 뇌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얼마 전 석굴암 본존불에 미세 균열들이 발견되었다고 보도돼 논란이 되고 있다. 석굴암은 불교 역사적 가치로도 의미 있지만, 순수 미적인 차원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이 분명하다. 특히 삼매에 든 부처님의 얼굴 표정은 감동적이다. 어리석은 이 세상에 대한 자비심 같아 보이기도 하고, 이미 평범한 인간들과는 멀어진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듯하기도 하다.

명상을 하면 호흡·혈압·심박수가 변한다. 마음이 안정되며 집중력이 증가하고 기억력이 향상된다. 불교·힌두교·기독교 모두 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불교에서 명상은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고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집중력·기억력·현실 인식, 이 모든 것은 뇌의 정보처리 결과물들이다. 그렇다면 명상하는 뇌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우선 머리에 전극을 붙여 비교적 간단히 뇌파 측정이 가능한 뇌파검사(EEG)를 사용해볼 수 있다. EEG로 관찰 가능한 뇌파들은 주파수별로 대략 델타(4㎐ 이하), 세타(4~7㎐), 알파(7~14㎐), 베타(15~30㎐), 감마(30~100㎐ 이상)파로 나눌 수 있는데, 명상하는 뇌는 알파와 세타파에서 기본 뇌파들과 차이점을 두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EEG는 대부분 뇌 표면 신호들을 측정하게 되므로 깊은 영역 신호는 해석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기능성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fMRI) 같은 뇌 영상 방법을 사용해 본다면? 최신 fMRI 결과에 따르면 명상하는 뇌는 특히 전방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전두엽(frontal lobe), 전전두엽피질(prefrontal cortex) 영역들이 활성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정 뇌 영역들의 활성화, 그리고 뇌파의 변화. 명상의 효과를 완벽히 설명하기엔 아직 모자라는 듯하다. 그렇다면 완전히 다른 설명도 시도해 볼 수 있겠다. 뇌는 긴 진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고, 영장류인 인간의 뇌 안엔 파충류·포유류 등의 '과거' 신경회로망들이 여전히 유지되어 있다. 이 중 가장 오래된 신경망들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얻고 있는지 위주로 작동한다. 눈앞에 맛있는 게 보이면 바로 먹는다는 말이다. 그다음으로 만들어진 신경망들은 경험을 기록하고 평가한다. 이렇게 감정과 기억이 만들어진다. 진화적으로 가장 나중 완성된 대뇌 피질은 현재와 과거가 아닌 미래 예측 위주로 정보처리 한다고 가설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명상하는 뇌의 핵심은 현재·과거·미래로 나눠 분석하는 뇌 기능을 단 한 가지 시간축으로 압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래와 과거 위주 해석 기능들을 억제하면 현실을 지금 이순간 그대로 느낄 것이고, 현재와 과거 해석을 억압하면 현실에서 자유로운 추상적 존재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삼매에 든 부처님의 얼굴은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뇌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