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실적 악화… 내수부진·원화강세에 純益 줄어

올 1~3분기(1~9월) 상장 기업들이 '실속 없는 장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형상 상장기업 전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삼성전자를 빼고 계산하면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내수 부진과 원화 강세로 인해 대부분의 상장기업이 매출과 순익 실적에서 모두 뒷걸음질쳤다.

◇원高·내수부진으로 '속 빈 장사'

2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614개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1~3분기(1~9월) 누적 기준 매출액 합계는 838조5669억원으로 전년 동기(1~3분기)의 833조9376억원에 비해 0.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46조7270억원에서 올해 49조1634억원으로 5.21%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43조8534억원에서 38조3909억원으로 12.46% 감소했다. 자회사의 실적을 합산한 연결재무제표 기준(총 495개사)으로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78% 줄었다.

기업들의 전반적인 수익 구조도 나빠졌다. 올 1~9월 매출액 순이익률은 4.58%로 전년 동기(5.26%)에 비해 0.68%포인트 감소했다. 기업들이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았을 때 실제 손에 쥔 돈이 46원 정도로 줄었다는 뜻이다.

이는 내수 부진과 원화 강세로 대표적 수출업종인 전기전자(IT)·자동차·철강·석유화학·조선 등의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올 9월 말 1070원대로 하락했고, 2일에는 전일 대비 1원 하락한 1057.2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기업들이 '일단 생존하자'는 생각으로 수익성보다는 재고를 줄이면서 덩치를 키우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가져갔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효과' 빼면 매출액도 뒷걸음질

적자 기업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개별재무제표 기준 올해 분석 대상 614개사 중 적자를 본 회사가 152개사(24.8%)로 집계돼, 작년 적자 기업(23.1%)에 비해 비중이 확대됐다. 기업 4곳 중 하나는 적자를 보고 있다는 뜻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26.1% 이후 최고치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순이익 전년 대비 42.74% 감소), 유통(-36.51%), 통신(-19.95%), 화학(-36.85%), 철강금속(-27.15%), 운수장비(-8.51%), 기계(-7.63%) 등 대부분 업종이 내수 부진 등의 영향으로 올해 흑자폭이 감소했다. 반면 섬유의복(순이익 전년 대비 95.61% 증가), 의약품(24.20%), 전기전자(7.34%) 등 일부 업종들은 흑자폭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현대차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5%, 영업이익은 20.26% 감소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기업 실적이 크게 나빠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면서 독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118조66억원, 영업이익은 16조328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79%, 25.62%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도 작년 동기 대비 12.12% 늘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기업들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증가율(-1.32%)·영업이익 증가율(-2.65%)은 마이너스 전환되고, 당기순이익 증가율도 -12.46%에서 -22.2%로 늘어나 적자폭이 확대된다. IT업종도 삼성전자를 빼면 실적이 악화됐다.

코스닥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621개사의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86조68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7% 증가했다. 하지만 순이익은 2조971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조2606억원)에 비해 8.88%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