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펀드, 묵혔더니… 썩었다

펀드 가입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장기 투자'다.

단기 투자하면 주식시장 등락에 따라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3년 이상 길게 투자할 경우에는 대체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주가가 제자리에만 있어도 배당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성과가 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실제로도 과거에 그런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장기 투자'가 거의 무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주식형 펀드 성과를 살펴본 결과, 수익이 거의 의미 없는 수준이었고, 장기 투자라고 성과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3년간 손실 본 국내 주식형 펀드 수두룩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국내 주식형 펀드 816개는 지난 3년간 수익률 2.2%를 내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7.9%)에 크게 못 미쳤다.

수익률 부진의 주범은 지수에 따라 움직이는 인덱스 펀드였다.

개별 펀드 중에서 '삼성KODEX건설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은 지난 3년간 손실률 37.3%를 기록했다. '삼성KODEX증권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과 '미래에셋그린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C'는 각각 35.0%, 25.2% 손실을 냈다.

이 펀드들은 건설업종이나 증권업종, 화학업종 등 특정 업종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인덱스 펀드이다. 투자 업종의 부진이 3년 넘게 지속되면서 손실 폭이 커진 셈인데, 분산 투자가 되지 않는 만큼 반전 계기도 잡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우량주를 담은 코스피200지수에 따라 움직이는 펀드마저 주가지수보다 부진했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코스피200지수가 9% 가까이 오르는 동안 'NH-CA프리미어인덱스증권투자신탁 1[주식-파생형]Class C'와 'ING인덱스프리미엄증권투자신탁 1(주식-파생형)종류A'는 2~3% 손실을 냈다.

전문가들은 첫째로 인덱스 펀드가 지수를 따라가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대형 인덱스 펀드라도 200종목을 모두 담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펀드마다 100~180종목 정도를 시가 총액 비중과 비슷하게 투자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똑같이 코스피200지수를 따르는 인덱스 펀드라 해도 편입 종목과 운용 전략은 제각각이기 때문에, 상품마다 수익률에 차이가 있다"고 조언했다.

◇해외 펀드도 장기 성적 나쁘긴 마찬가지

해외 주식형 펀드 582개는 지난 3년간 평균적으로 5.4% 손실을 냈다. 특히 중남미와 동유럽·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이나 금·은 등 원자재에 투자한 펀드의 타격이 컸다.

원자재에 투자한 'JP모간천연자원증권자투자신탁(주식)C'와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H)(A)'는 지난 3년간 50% 넘게 손실을 보며 원금이 반 토막 났다.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국에 투자한 'IBK인디아인프라증권C 1[주식]'과 '미래에셋인디아인프라섹터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A'도 각각 손실률 53.6%, 49.7%를 기록했다.

◇무턱대고 '묵히기'보다는…

전문가들은 장기 투자는 수익률이 꾸준히 좋아지는 펀드에 오래 투자할 경우 돈을 많이 모을 수 있다는 의미지, 무조건 장기 투자가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오히려 더 큰 손해가 날 것 같은 펀드는 과감히 손절매하고 다른 펀드로 갈아탈 필요도 있다고 했다.

김현주 하나은행 PB팀장은 "수익이 나는 국가나 업종은 시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한 가지 펀드에 자금을 몰아넣고 기다리기만 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앞으로도 세계경제가 더 성장할 여력이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선진국 펀드로 옮기거나, 장기적 흐름과 관계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롱숏 펀드에 투자하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펀드 투자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전략이 필요한데, 일단 펀드에 가입하면 펀드 간 이동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 펀드에 나눠 투자하고 상황에 따라 펀드별 납입액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법으로 분산 투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