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강-중앙아프리카 예술

우리의 여행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는 이미 돌아가는 길목에 있다.
아쉬움이 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차드 저편의 모든 것에 이미 나의 마음은 작별을 고했다.
나는 이렇게 정정한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다.
 - 앙드레 지드의 <콩고여행>중에서 -

아프리카의 음악이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다. 영혼을 흔들어 내는 것 같은 음악은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기획전시실의 저물어가는 어둠 속에서 가슴을 때리고 있다. 실내는 깊어가는 가을밤처럼 어둡고 음습하다. 돌과 목각과 청동의 제품들이 이루어내는 물질이 아닌 정신의 세계가 깃들어 있음이다.
 
그곳에 자리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예술품들은 현대의 어느 공간에서도 초라하지 않은 모습으로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의 자유로움을 지니고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콩고라는 낯선 지방의 영혼들로 이루어진 정령의 모습들은 신비로움의 그림자를 가득 드리운 채 나를 응시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인 콩고 강은 잠비아의 국경초원에서 발원하여 적도를 따라 열대우림과 사나바를 지나 대서양으로 흐른다. 약 3000년 전에 서아프리카에서 이주해온 반투족은 물길을 따라 콩고 강을 중심으로 숲과 초원으로 퍼져 나가면서 풍부한 문화를 이룩하였다.

콩고족은 반투어족에 속하는 언어구사 부족으로서 콩고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욤베족(Yombe), 빌리족(Vili), 유요족(Wouo)을 포함하고 있으며 고타족(Kota), 벰베족(Bembe), 팡족(Fang)의 예술품들로 그네들의 삶 속에 소중하게 이어지고 있는 전통과 신앙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예술품들이다.
 
이들의 문화적 전통과 그들의 생활양식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종교적인 의식과 믿음은 죽은 조상들의 영혼과 함께 자연 속의 정령들에 있다고 믿고 있다. 영혼과 자연을 신성시하는 그들의 삶이 예술에 그대로 반영이 되어 아름다운 예술품을 이루어 내고 있다.

2006년 4월에 파리 세느 강변에 개관된 케브랑리 박물관은 서구문화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아시아 지역의 토착예술품 30만 점을 소장하고 3500여 점은 상설전시함으로서 비유럽문화를 재조명하는 공간으로 탄생되었다.

이번 전시는 케브랑리 박물관의 소장품 71점으로 이루어졌다. 울창한 수림과 자연을 배경으로 삶을 이러가는 사람들의 내면이 지니고 있는 마음속의 세상이 가면, 조상숭배, 여인상을 주제로 3부에 걸쳐 소개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세계의 사람들에게 아프리카 대륙은 신비로움과 함께 좀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조금씩 그들의 세계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아프리카는 혼란과 야만이 소용돌이치는 정체불명의 땅이 아닌 오랜 역사의 활기를 지니고 있는 곳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그들은 문화와 문명을 지니고 있었으며 정치조직이나 사고체계를 지니고 있는 곳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추구하고 있는 신비로움의 영역으로 현대인들에게는 또 다른 이상을 지닌 곳으로 부각되고 있다.

강렬함과 이질적인 느낌의 토착예술품들이 지니고 있는 아프리카 특유의 신비로움은 그들이 지니고 있는 여유로운 낙관주의와 인내력, 미적인 형태, 색깔, 음률에서 이루고 있는 인생에 대한 견해의 요소들로 피카소, 브라크, 마티스, 블라맹크, 드랭들과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세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초현실주의나 추상주의에서도 주도적인 생명력을 지닌 채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가장 소중한 인간의 가치가 예술로서 그 존재를 이어가고 있음이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문화속에서 이루어진 그들의 예술품들은 매혹적인 정령의 세계를 지니고 우리를 유혹한다. 마주하는 사물들에서 그리고 늘상 곁에서 함께하는 자연을 향하는 감사가 신비로운 힘과 권위로서 그들을 보살피고 있다고 믿고 있는 영혼의 세계를 지니고 있음이다. 이러한 내면세계가 상징물로 표현된 예술품들은 아프리카가 암흑의 나라가 아닌 그네들이 지니고 있는 신비로움의 영혼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가을날의 바람소리 같은 울림이 되어 전시장의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다.
 
기간 : 2013.10.22 ~ 2014.01.19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전시문의 : 02)2077-9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