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부터 90代까지 '新春' 도전… 무엇이 이들을 글쓰게 하는가

한국문학의 대국민 오디션 프로젝트. 201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마감(6일 소인 유효)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문학이 죽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지난해 본지 신춘문예는 예외적 팽창을 보였다. 시·소설 등 8개 부문 8402편. 그 전년도 6732편에 비해 25%가 늘어난 수치다. 최근 10년의 기록을 살펴봐도 셋째로 많은 응모 편수〈그래픽〉. 병원 입원실에서 시를 보내온 만 90세 노인부터 동시 분야에 응모한 초등학생까지, 3세대에 걸친 투고다. 물론 아마추어들이 많은 게 현실이지만, 즐길 거리 가득한 '스마트폰 대한민국'에서 고전적인 신춘문예의 건재 혹은 약진은 무엇 때문일까.

◇'삼포세대'의 사다리

문학평론가인 이화여대 국문과 김미현 교수는 대학원 면접심사에서 작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학과의 '톱'을 다투는 학생 둘이 '창작'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의 석·박사 과정 제자는 50여명. 김 교수는 "제자들 중 3분의 1은 창작을 하겠다는 친구들"이라고 했다.

성장이 정체된 사회, 20~30대는 소위 '삼포세대'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거나 기약없이 미룬다는 것. 이런 막다른 골목에서 창조적 역설이 탄생한다. 무엇을 해도 경제적 보장이 없을 바에야, 차라리 좋아하는 것을 하겠다는 것. 게다가 신춘문예는 모두에게 공평한 제도. 김 교수는 "백도, 연줄도, 정보도 없는 사람들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정정당당한 기회 아니냐"면서 "신춘문예는 포기할 수 없는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해 주는 제도"라고 했다. 20~30대에게 주어진 공정한 사다리이자 '문학의 방주'라는 것이다.

◇40대 이상의 창조적 미련

"내 평생 꿈이었어요.지방 신문에서 등단을 하긴 했지만, 꼭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인정받고 싶어요."(전라도 50대 여성)

"요즘 아이들 말씨 다 망가졌어요. 시가 까탈스러운 형용사와 부사의 유희 놀이여서 되겠습니까. 아이들의 순수한 정서를 지켜주고 싶습니다."(강원도 60대 남성)

가지 않은 길을 꿈꾸는 세대가 20~30대라면, 40대 이상은 가보고 싶었던 길에 미련이 많다. 문학의 추억을 잊을 수 없는 세대의 '창조적 미련'이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죽기 전에 꼭 해 봐야 할 버킷 리스트인 셈이다. '예술에 의한 자기 치유'라는 시선도 있다. "내 인생 정리하면 소설이 몇 권"이라는 하소연은 푸념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글로 쓰면서 자신의 상처가 아무는 체험을 하는 중년은 부지기수다. 문학이 개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효용이자 고전적 효용이다.

◇의사소통의 새로운 사다리

한국 사회의 전체적인 부(富)는 늘어났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 '의사소통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도 결국은 표피적인 의사소통만 증가시킬 뿐.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내고 싶은 개인, 타인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의 욕망과 결핍은 커져가기 마련이다. 인하대 국문과 김동식 교수는 "신춘문예의 활성화는 이런 의사소통의 부재를 극복하고, 사회적 소통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진심의 국민 백일장, 한국문학의 대국민 프로젝트가 당신의 목소리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