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대표株보다 株價상승률 높은 중소형株 '속출'

올 들어 주가 상승률이 업종 대표주보다 높은 중·소형주가 속출하고 있다. 보통 중·소형주들은 업종 대표주가 강세를 보이면 같이 따라 오르거나, 실적이 나온 이후 뒤늦게 상승하곤 한다. 그러나 올 들어 업종 대표주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데도 중·소형주들은 오르는 경우가 잦아졌다. 대표주들이 외면한 틈새시장에 진출하거나, 매출처를 다변화해 실적이 나아진 중·소형 종목들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주에 투자할 때는 실제로 어느 정도 투자가 이뤄졌는지, 추가 매출이 얼마나 생겼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몸집 작은 중·소형주, 업황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식품 업종 시가총액 1위주 오리온은 최근 1년 동안 주가가 19.6% 하락했다. 빙그레·CJ제일제당 같은 대기업 종합 식품 업체들도 20% 넘게 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3.6% 상승했다.

반면 시가총액 규모로 오리온의 6% 수준인 축산·사료 업체 팜스코는 117% 상승했다. 하림은 주가가 98% 올랐고, 푸드웰·동우 등 중소형 식품 가공 업체들도 각각 22%, 33%씩 뛰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대표주인 아모레퍼시픽도 주가가 1년 새 21.2% 하락했다. 이에 비해 중소형 화장품 제조 업체 코스맥스는 같은 기간 9.1% 올랐다.

빠른 대응이 주가 향방을 갈랐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오리온은 올해 중국 시장 매출 성장세가 전년보다 낮아졌다. 비싼 화장품을 주로 파는 아모레퍼시픽 역시 중저가 화장품 시장이 커지고, 방문판매 실적이 부진하면서 성장세가 둔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영진 교체나 정부 규제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

◇자동차·휴대전화·제약 업종서도 중·소형주 강세 두드러져

자동차 업종과 휴대전화 업종에서는 완성품 업체보다 부품 관련 업체들의 주가 상승세가 가팔랐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는 동안 삼목강업·디브이에스 등 중소형 부품 업체들은 1년 새 26%, 51%씩 올랐다. 이들은 6% 정도 오른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대기업 계열 부품사보다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

휴대전화 완제품 업체 삼성전자는 최근 1년간 주가가 2% 오르는 데 그쳤다. LG전자는 주가가 13% 떨어졌다. 지금까지 국내 휴대전화 완제품 업체들은 스마트폰 사업에서 많은 수익을 벌어들였는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런 추이가 앞으로도 이어지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대전화 부품 관련주들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약진했다. 원익IPS·솔라시아·캠시스 등 중소형 부품 제조사들은 모두 20~90% 넘게 올랐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완제품 업체들에 의존했던 중소형 부품 업체들의 거래처가 해외 여러 기업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완성품 업체와 주가가 나란히 움직이는 현상이 전보다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중·소형주들은 제약 업종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대형주들은 정부가 약값과 의료 수가를 낮출 것이라는 우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주들은 이 틈을 타 새 해외 시장으로 수출에 나서거나, 아예 신시장을 찾아 나섰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 업체 셀트리온은 지난 1년간 주가가 8% 하락했다. 반대로 일동제약과 한미약품의 주가는 44%, 11%씩 상승했다. 일동제약은 지난달 새로 만든 화장품 브랜드를 홈쇼핑 시장에 진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미약품은 약값 인하 우려가 커지자 지난 7월부터 고혈압,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등을 동남아 7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유동성 넘치고 설비투자 이어져…내년에도 중·소형주 강세 가능성 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중·소형주가 업종 대표주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손세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전 세계 증시에 유동성(자금)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증시에 돈이 풀릴수록 위험 자산 선호도는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중·소형주 투자 심리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