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老後 책임질 퇴직연금, 올해 수익률 급락

노후 자금의 보루인 퇴직연금이 올 들어 지속된 저금리로 수익률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금융회사에서는 원금을 까먹은 상품까지 나왔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근로자에게 재직 기간과 급여 수준에 따라 정한 퇴직금을 주기로 약정하고 회사가 자금을 굴리는 확정급여형(DB형)과, 회사에서 매년 부담금은 납입하지만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고 연금액이 수익률에 따라 달라지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나뉜다. 두 상품 모두 기업이나 근로자가 운용처를 직접 정하긴 하지만, 금융회사의 자문 역량 등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DB형과 DC형 모두 원금 보장형과 원금 비(非)보장형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원금 보장형은 정기예금 등 안정적인 금융상품으로 돈을 굴리는 반면, 원금 비보장형은 주식과 채권 등 좀 더 공격적인 금융상품으로 돈을 굴린다. 원금 보장형이든 비보장형이든, DB형 퇴직연금의 수익률로 인한 손해는 근로자가 아닌 기업이 부담한다. 반면 DC형 퇴직연금 수익률 하락은 근로자에게 직접 타격이 된다.

◇올 들어 퇴직연금 수익률 급락

현재 퇴직연금 시장에선 DB형이 80%가량을 차지한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원리금이 보장되는 DB형 상품을 기준으로 올 1~3분기(1~9월)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2.7~3.0% 수준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3.02%)과 한국투자증권(3.01%)이 3%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하나은행(2.92%), 신한은행·국민은행(2.90%), 우리은행(2.87%) 등 은행권의 수익률이 뒤를 이었다. 보험업은 삼성화재(2.76%)·삼성생명(2.79%)·교보생명(2.89%) 등으로 저조한 편이었다.

이는 작년에 4% 후반에서 5% 이상의 수익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뚝 떨어진 것이다. DB형 퇴직연금은 기업이 근로자의 근속 기간과 연봉 수준에 따라서 지급 퇴직금의 수준을 먼저 정해 놓고, 금융회사를 통해서 돈을 굴리는 방식이므로 수익률이 하락하면 기업이 그만큼 손해를 본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주식과 채권 등에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원리금 비보장형 DB 상품을 택하기도 하는데, 이 중에서는 원금을 까먹은 상품까지 나왔다. 1~3분기에 -0.82%의 수익률을 기록한 HMC투자증권이 대표적이다. 우리은행(0.86%)은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수익률이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떨어졌다.

◇DC형은 안정성·수익률 고려해야

저금리 시대가 지속하면서 일부 기업들은 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DB형 운용으로 인한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워 근로자 개인에게 운용의 책임을 넘기는 것이다. DC형은 임금 수준과 근속 기간에 관계없이 개인의 운용 성과에 따라서 나중에 받는 연금액이 달라진다.

회사가 책임지는 DB형은 원리금 보장형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개인이 운용하는 DC형 가입자는 원리금 비보장형을 선택해 추가 수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른 투자 위험도 크다.

권용수 삼성증권 퇴직연금운영팀장은 "DC형 퇴직연금은 몇 년간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금융사를 고르는 것이 좋다"며 "10~20개의 펀드군(群) 내에서 3~4개 펀드를 적당한 주기로 갈아타면서 수익률을 관리하라"고 조언했다.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주식형 펀드 환매는 90일 이후일 경우 환매 수수료가 없고 운용 수수료 등도 일반 펀드보다 저렴한 편이다.

올해는 1분기 중에는 주가가 0.4% 올랐고, 2분기에는 7.1% 하락, 3분기에는 7.2% 상승했다. 이에 따라 DC형 중에서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요동쳤다.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1분기에 1~2%대 수익을 올리고 2분기는 2~3%대 마이너스 수익, 3분기는 3%대 수익을 올렸다.

3분기 연속 수익률 상위 5위권 내에 든 회사는 증권사의 경우 대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었고, 은행에선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생명보험사는 교보생명과 IBK연금보험이었다. 3분기만 놓고 볼 때 업권별로 최고 수익률을 올린 회사는 대우증권(3.71%), 신한은행(3.12%), KDB생명(3.99%), LIG손보(3.54%)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