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IPO(기업공개)시장… 美·日'선전' 韓·中 '고전'

2011년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얼어붙었던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고 있다.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미국이다. 일본도 회복세가 완연하다. 오랫동안 경제 위기를 겪었던 유럽에서마저 기업공개 시장이 살아날 조짐이 보인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기업공개 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만 불고 있다.

◇미국서 대형 기업공개 이어져…포르투갈선 5년 만에 기업공개 재개

미국에선 2년 만에 기업공개 건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에는 총 113개 기업이 새로 상장됐다. 2011년에는 총 62개 기업이, 지난해에는 70개 기업이 상장됐다.

기업공개로 조달한 액수도 2011년 11조2000억원에서 올해 19조4600억원으로 2배 정도로 불어났다.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미국서 기업공개로 조달한 자금은 2000년 IT버블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았다.

대형 기업공개가 이어진 덕분이다. 유명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 트위터는 지난달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세계적인 호텔체인 힐튼은 이달 중 호텔 업계 최대 규모인 23억7000만달러(약 3조400억원) 규모의 기업공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극장 프랜차이즈 AMC도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다.

투자자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컨테이너스토어그룹의 주가는 거래 첫날 101%가 올랐다.

일본 역시 도쿄증권거래소와 자스닥 기준으로 2011년 36건이었던 기업공개 건수는 지난해 48건을 기록했고, 올해는 43건을 기록 중이다. 조달 자금은 2011년 2조2200억원에서 올해 10조6800억원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조달 자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배 늘어났다. 구제금융을 받았던 포르투갈 증시에도 이달 중 5년 만에 첫 기업공개가 이뤄질 계획이다. 전 세계 기업공개 시장 경기를 반영하는 FTSE 르네상스 글로벌 IPO 지수는 올 들어 27.6% 상승했다.

◇한국, 유가증권 상장사 반 토막…중국은 올해 기업공개 전무

반면 한국 증시 분위기는 딴판이다. 올 들어 4일까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새로 상장된 업체는 총 34곳. 지난해 32곳과 큰 차이가 없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업체는 지난해 7곳에서 올해 3곳으로 반 토막 났다.

2011년 3조8900억원이었던 조달 자금 총액은 올해 1조34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연말까지 예정된 대형 기업공개도 없다. 박선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하면 현재 국내 산업계 업황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있다는 점이 기업공개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는 데 찬물을 끼얹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올 들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증시 과열을 이유로 아예 전혀 상장 승인을 내주지 않아 상장 건수가 '0'이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는 142개 기업이 새로 상장돼 총 15조5300억원을 조달했다.

◇내년 대형사 상장 기대해 볼만…중국서도 기업공개 봇물 예정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공개 시장이 내년부터는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올해 상장을 연기했던 대형사들이 내년 중 다시 상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공모주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하반기부터 코스피지수가 상승 중이라는 점을 들어 내년 중 현대오일뱅크나 미래에셋생명, SK루브리컨츠 등의 대어들도 상장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증시에서도 그동안 막혔던 기업공개가 내년부터는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내년부터 상장 절차를 심의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 증시에 상장 대기 중인 760개 기 업 가운데 50여개 기업이 내년 1월 중 새로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을 새로 발행하거나 이미 발행된 주식을 여러 명에게 파는 것을 기업공개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