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마리 앙투아네트의 侍女… 그 눈에 담긴 베르사유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여주는 데 보석과 드레스만 한 게 없는 줄 알았더니 쥐와 모기도 있었다. 샹탈 토마스의 동명 원작 소설로 만든 브누아 자코 감독의 '페어웰, 마이 퀸'은 지금까지 앙투아네트와 그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데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풍경을 제시한다. 그 결과 붕괴 직전에 몰린 체제의 미세한 진동을 잡아내면서도 앙투아네트에 대해 열정적으로 다룬 영화가 나왔다.

영화는 왕비(다이앤 크루거)의 '책 읽어주는 여자'인 시도니(레아 세이두)의 시선에 한정해서 혁명 직전의 프랑스 왕조를 보여준다. 혁명 나흘 전 왕비는 태피스트리로 장식된 방에서 '전용 라디오'라고 할 만한 시도니가 읽어주는 책을 듣는다. 귀족과 하인들 사이에는 바스티유 감옥이 습격당했으며, 왕족과 귀족들의 이름이 적힌 살생부가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나돈다. 견고하고 고요한 성(城) 같은 왕비의 일상에서 벽돌이 하나씩 빠지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화자는 글을 읽고 쓸 정도의 지성을 갖고 있지만 혁명의 의미가 뭔지는 잘 모르고, 왕비의 고민을 들어줄 정도로 그와 가까이 있지만 그 세계에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신분을 타고난 여성이다. 그의 눈에 비친 베르사유는 모기 물린 자리에 장미수를 바르는 왕비와 죽어 널브러진 쥐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영화의 가장 큰 성과는 아무래도 레아 세이두와 같은 현대적 얼굴을 가진 배우에게 시도니 역할을 맡긴 것이다. '책을 읽을 줄 아는 여자'의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왕비 앞에 선 시녀'의 겸허함을 끝까지 유지하는 세이두가 그려내는 앙투아네트와 베르사유는 믿지 않을 수가 없다. 5일 개봉.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