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한국근현대회화展 33일 만에 관람객 10만명 돌파

"미세 먼지 뚫고 서울에 온 보람이 있네요. 2주 전에 보이스피싱에 걸려 적금을 깰 뻔했는데, 이번엔 행운이 찾아왔네요."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가 공동주최하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이 일반 관람 33일 만에 관람객 10만명을 돌파했다. 10만 번째 관람객 허남춘(51)씨는 이날 문화동호인 모임인 '만원 클럽' 회원들과 함께 충남 서산에서 상경한 길에 덕수궁 미술관에 들렀다가 행운을 안았다. 허씨는 꽃다발과 전시 초대권, 장욱진의 '가로수' 프린팅 액자를 선물로 받았다. 일행 중 김신숙씨는 "현대 대가들의 그림에서 힘이 느껴진다"면서 "특히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 끌렸다"고 했다.

지난 10월 29일 일반 관람이 시작된 이 전시에는 5일까지 관람객 10만519명이 들었다. 하루 평균 약 3000명이 찾은 셈이다. 이중섭의 '황소', 김환기 '피란열차', 박수근 '빨래터', 천경자 '길례언니' 등 소장가들이 소중히 간직해 온 근현대 명작 100점이 한꺼번에 모이는 전시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걸 관객들이 먼저 알고 있는 것이다.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2006~2007년), '모네에서 피카소까지'(2009~2010년) 같은 굵직한 해외 전시보다도 하루 평균 유료 관객 숫자가 20~30% 많다는 점이 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외국 유명 화가의 전시를 선호하는 한국 관객들이 우리 근현대 작가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줄지 의문"이라던 일부의 우려가 보란 듯 깨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최은주 학예연구1팀장은 "박수근의 '골목길' 등을 보며 '그땐 그랬지' 하는 향수, 그 어려운 시절에도 예술 작품이 오롯이 있었구나 하는 발견과 함께 푸근한 힐링으로 다가오는 전시"라고 했다.

이 전시는 내년 3월 30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 성인 6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포함), 초·중·고생 3000원. www.koreanpainting.kr (02)318-5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