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경영학 석학 "新중년돼 계속 연구할 것"

"요즘 '6075'(60세에서 75세 사이 세대, 신중년층)라는 말도 생겼는데 은퇴한 이후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오전에 건강검진 결과를 봤는데 몇 년 전보다 더 건강해졌대요.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6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SK경영관에서 경영학과 조동성(64) 교수의 마지막 수업이 시작됐다. 한국 경영학계의 대표 학자로, 1978년부터 36년 동안 서울대에 몸담은 조 교수는 이날 강의를 끝으로 내년 2월 학교를 떠난다.

여느 때처럼 5분 먼저 강의실에 도착한 조 교수는 담담하게 제자들 앞에 섰다. 그가 지난 2008년부터 6년째 강의하는 '디자인과 경영전략' 수업으로 10여명 남짓한 석·박사과정 학생들이 기말 과제로 주어진 발표를 하기 위해 분주했다.

조 교수는 처음 교수로 임용됐던 때와는 달리 요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수의 역할은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예전에는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해 교수로서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했어요. 그런데 인터넷이 등장하고 정보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학생들이 교수보다 오히려 더 잘 알고 있는 부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일방적인 강의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겁니다."

2000년대 들어 조 교수가 단순히 경영학 이론을 전달하는 수업 대신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강의를 시도한 것도 그 때문이다. '디자인과 경영전략'이 그 대표적인 강의다. 조 교수는 "기업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경영학 이론은 이제 현실에서 의미를 잃었다고 생각해 눈을 돌린 곳이 예술·디자인 영역"이라면서, "창의적인 시각으로 경영학을 다루면 훨씬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제로 UCC·연극·영화 등을 제작하게 하고 학생들과 함께 공연도 보러 다녔다. 기말시험을 없애는 대신 국내외 새로운 경영방식의 사례를 조사하고 연구해 발표하도록 독려했다.

조 교수는 최근 전국 대학을 돌며 학생들에게 무료 강의를 하기도 했다. 지난 9월부터 3개월 동안 전국 20여개 대학을 돌며 학생들을 만났다. "우리 과에서 배출한 석·박사 제자들에게 부탁해 지방의 많은 대학생을 만났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강의라 지방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고 그들의 고민도 듣고 싶었습니다. 취업 준비, 이성 친구 문제 등 학생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나, 몹시 후회했답니다."

조 교수는 은퇴 이후에도 명예교수로 활동할 계획이다. 조 교수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연구를 하고 싶다"며 "은퇴 전은 물론 이후에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