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하고 투명한 목소리… 나윤선 노래로 착각 하셨나요?

'아희'라는 낯선 이름의 음반이 배달됐을 때 별 특색 없는 포크팀의 데뷔작이라 생각했다. 한 사람은 피아노를 치고 다른 이는 노래하는 이 여성 듀오의 앨범 재킷엔 두 사람이 조팝나무꽃을 만지는 사진이 있었다. 예쁘지만 평범했다. 수록곡목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라틴곡 'Doralice'와 이선희의 'J에게',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가 함께 있었다. 플레이어에 걸어 첫 곡을 듣는 순간, 앞으로 꽤 오랫동안 이 음반을 듣게 될 것이라고 예감했다.

고아라(27·보컬)·윤지희(32·피아노)로 이뤄진, 그래서 '아희'가 된 이 듀엣은 재즈를 연주한다. 스탄 겟츠와 주앙 질베르투가 연주해 유명해진 'Doralice'는 이들을 알리는 첫 곡으로 완벽하다. 후렴의 스캣을 앞으로 빼낸 편곡의 파격, 멜로디를 따라가며 이중창하듯 연주하다가 살짝 뒤처져 고양이 걸음으로 삼바춤을 추는 피아노가 무척 흥겹다. 고아라의 음색은 맑고 경쾌하다. 여러 번 들어보면 살짝 콧소리를 내거나 호흡을 놓는 방식까지 세밀하게 계산돼 있다. 이들을 지난 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스윙이 아닌 재즈를 하고 싶었어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을 고르다 보니 잘 알려진 노래들을 고르게 됐죠." 고아라는 동덕여대 대학원에서 실용음악 석사과정을 다니고, 윤지희는 동덕여대를 나와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윤지희가 작년 유튜브에서 고아라를 찾아내 팀을 이루었다. 윤지희는 작년 독주집을 냈고, 고아라도 '러시 라이프(Lush Life)'란 재즈밴드 보컬로 활동 중이다.

"아라씨 목소리엔 화음이 느껴져요. 기타보다는 피아노가 어울리죠. 청순한 여자의 섹시한 목소리라고나 할까?"(윤지희)

"지희씨 연주를 들으면 자기가 다루는 악기를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건반 하나를 터치하거나 페달을 한 번 밟을 때도 잘 정돈돼 있는 느낌이죠."(고아라)

타이틀곡이자 자작곡인 '별 헤는 밤'을 아무 정보 없이 들었다면 나윤선의 신곡이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고아라의 음성은 한층 클래시컬하게 처연하다. 횡격막을 움직여 낸 소리가 입이 아니라 정수리에서 나오는 듯하다. 그런 느낌은 전혀 다르게 편곡돼 자유롭게 연주한 'J에게'와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아라는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프레드 허시와 영국 재즈 가수 노마 윈스턴이 함께 작업한 음반 '4 in Perspective'를 좋아한다며 "언젠가 그런 앨범을 내고 싶었는데 지희씨와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6곡만 실린 이번 음반은 CD로 1000장만 찍었고 실제 유통은 디지털로만 한다. 정규 1집은 내년 봄쯤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은 격주 수요일마다 서울 청담동 재즈클럽 '원스 인 어 블루문' 무대에 선다. 이제 막 길 떠난 두 젊은 뮤지션을 후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손쉬운 것은 음악을 듣고 박수를 쳐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