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궁금했어요, 저작권료 어떻게 나오는 건지"

"1만6000여 음악 창작자들이 맘 놓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갖춘다면, 외국 가수들이 우리나라에서 곡을 사 가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겁니다."

'장미' 등을 히트시킨 인기 포크 듀오 '4월과 5월' 리더인 싱어송라이터 백순진(64). 그가 이끄는 대한음악저작인연합회가 지난 6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2 음악저작권 위탁관리단체'로 지정받아 내년부터 음반사·방송사·공연장·쇼핑매장·유흥업소 등에서 작사·작곡가 등을 대신해 사용료를 걷고 분배하는 저작권 관리 업무에 나선다. 지난 50년 동안 이 업무를 해온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의 독점 구도가 깨지는 중대한 변화다.

9일 서울 장충동에서 만난 백순진은 "음저협과는 대립이 아닌 상생이 될 것"이라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작곡가들에게 더 많은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본래 목적을 달성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백순진은 제2 저작권 단체를 꾸린 배경에 대해 "나 자신이 저작권자로서 아쉬운 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4월과 5월 활동을 하면서 150여곡을 썼고 일반 기업 대리 연봉 정도의 저작권료를 매년 받고 있죠. 하지만 이 금액이 어떻게 산정된 건지 궁금해도 속 시원히 설명을 듣지 못했죠. 저와 같이 불만을 가진 선후배가 적지 않더군요."

그는 음악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적 복제 보상금 제도(USB·공CD·공테이프·스마트폰 등 재생·녹화 기기에 저작권료를 물리는 것)'의 조속한 도입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친구끼리 음악을 녹음해서 선물로 주고받을 때도 저작권료가 발생한다는 개념은 이미 저작권 선진국에서는 확립돼 있어요. 이 재원(財源)을 생활이 어려운 원로 작곡가를 돕거나, 소외받는 음악 장르를 육성하는 데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가(샤프항공 회장)답게 그는 숫자로 목표를 제시했다. "지금 연간 음악 저작권료 수입이 1200억원인데, 음저협과 함께 이른 시일 안에 2000억원으로 끌어올릴 겁니다. 다양한 복안을 생각해놨죠. 지금 말씀드릴 순 없지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