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다 病걸려 숨진 딸… 마지막 말은 "엄마, 저는 후회없어요"

최근 강원도 삼척시에서 만난 김숙자(60)씨는 큰딸 심민정(사망 당시 25세)씨가 하늘나라로 떠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은 마르지 않는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씨의 맏딸 민정씨는 2006년 국제 구호 단체 굿네이버스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봉사를 떠났다가 10개월 만에 '급성 A형 간염'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사랑하는 딸이 나에게 나눔을 가르쳐 주고 떠났다"고 했다.

민정씨는 김씨의 '자랑'이었다. 언제나 '똑 소리' 났던 맏딸은 2005년 서울대 소비자학과를 졸업했고, 이듬해 아프가니스탄 해외 봉사를 떠나 여성교육문화센터 프로그램 진행 업무를 맡았다. 그러다 그해 9월 A형 간염을 얻어 아프가니스탄 국립병원에서 1차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병마(病魔)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2006년 10월 4일 민정씨는 재입원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아 귀국하려 했지만 비행기 편이 마땅치 않아 아프가니스탄 병원과 군인병원 등을 전전하다 시간을 지체했다. 10월 11일에야 UN의 도움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지만 치료해야 할 시간이 1주일이나 지난 뒤였다.

민정씨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그해 12월 9일 2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김씨와 남편 심하진(63)씨는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는지 화가 났고 원망스러웠지만 민정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난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아. 원망하거나 울지도 말고, 누구를 탓하지도 말아줘'라고 한 말이 잊히지 않았다"고 했다.

민정씨가 세상을 떠난 바로 그달부터 김씨는 굿네이버스에 매달 10만원씩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김씨는 "하늘나라에 간 딸에게 용돈을 준다는 심정으로 기부를 시작했다"며 "민정이의 뜻을 우리가 곱게 이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딸의 장례식을 치르며 들어온 조의금에 돈을 보태 2007년 1월 3000만원의 장학금도 굿네이버스에 기탁했다. 이 돈은 아프가니스탄 여대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되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우리 가정은 남에게 주지도 않고 남에게 받지도 않고 살아왔었는데, 민정이를 통해 나눔을 배우게 됐다"고 했다.

"민정이가 투병하는 동안 너무도 많은 사람이 도움을 줬어요. 그 마음을 갚고 더 큰 나눔으로 돌려주기 위해 조의금에 돈을 조금 보태 장학금을 만들었어요. 아프간 여성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민정이의 뜻을 잇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년까지 아프가니스탄 여대생 13명이 '심민정장학금'을 받았다.

김씨는 민정씨의 이야기를 책으로 썼고 지인들에게 나눠주며 '나눔 전도사'를 자청했다. 그는 "우리 아이가 품었던 마음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동참하자고 권유했다"며 "책을 나눠주며 후원 신청서도 함께 건넸다"고 했다.

나눔은 김씨 가족의 아픔도 치료했다. 아버지 심하진씨는 "기부를 하다 보니 차츰 원망이 찼던 마음이 녹고 나눔의 기쁨이 찾아왔다"고 했다. 김씨 가족의 나눔은 계속되고 있다. 그들은 지난 7월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찾아 직업훈련센터 담장 수리에 쓸 5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씨는 "열심히 베풀고 나누며 살아야 천국에 있는 우리 딸을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죽을 때까지 나누며 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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