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상인도 볼 수 있게 24시간 운영"

"개발이 포화 상태인 서울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숨통 뻥 틔워주는 건물이 들어선 겁니다. 그냥 디자인박물관 하나 들어온 게 아니에요. 시민을 위해 커다란 공원이 생긴 겁니다."

지난 6일 내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서울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 현장에서 만난 서울디자인재단 백종원(56·사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설립·운영을 총괄하는 주체다. 백 대표는 지난해 3월 재단을 맡으면서 디자인플라자 운영의 밑그림을 그린 총책임자다.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 핵심 사업으로 그간 논란을 빚어온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11일 개관 D-100일을 맞는다. 서울시가 총 484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만든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내년 3월 21일 개관 예정이다. 연면적 8만5320㎡(지하 3층, 지상 4층). 최근 수년간 서울 시내에 새로 들어선 공공건물 중 최대 규모다.

백 대표는 "기념비적이고 아이코닉한 건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지역과 공생할 수 있는 디자인 기지를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서 당초 오전 9시 개관, 오후 6시 폐관으로 잡혔던 계획도 24시간 운영으로 바꿨다고 했다. 새벽 2시에 제일 붐비는 동대문 시장 상인들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백 대표는 "오 전(前) 시장 시절 외형적인 차원에 머물렀던 디자인을 우리는 사회적인 차원으로 넓혀 시민과 같이하려 한다"며 "회의·전시 공간 위주였던 계획을 바꿔 패션쇼, 신제품 전시 등이 열릴 수 있도록 해 '살아있는 디자인 박물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장소 임대와 한국형 전시 개발 등으로 연 321억원의 매출을 올려 시 예산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건축물 자체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알루미늄 재료 때문에 우주선처럼 보이지만 현대 건축에서 이런 유선형은 대세입니다. 만약 기능적으로 실용적이라고 해서 여기에 박스형으로 20층으로 올렸다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요."

동대문운동장의 추억은 콘텐츠로 살릴 예정이다. 개막 특별기획전 중 하나인 '스포츠와 디자인'전에서 동대문운동장에 있었던 전광판·조명탑·성화대 등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막전엔 이 외에도 간송미술관이 기획하는 '한국디자인원형'전, 이탈리아 디자이너 '엔조 마리' 전시 등이 열린다.

백 대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아시아의 디자인 감각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발신지(發信地)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벌써 우리를 벤치마킹해 일본·싱가포르에서 디자인박물관을 짓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