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씨스타'·'제아'가 입양 아기들 친구 됐죠

"외국인에게 비(정지훈) 같은 유명인이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 유명인보다 아기에 관심을 가져요. 스타나, 부모 없는 고아나 카메라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전 국민이 입양아에 관심을 갖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요."

사진가 조세현씨가 오는 18일부터 일주일 동안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천사들의 편지' 11번째 전시를 연다. 입양되기 직전의 아이들을 스타들이 안고 있는 사진들인데, 올해는 2PM·포미닛·제국의아이들·씨스타 등 '아이돌' 스타들이 참여했다. 조씨는 "올해는 미혼 양육모들의 문제에 집중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미성년자가 80%를 차지하는 미혼모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이들을 선택했다"며 "닉쿤과 이민호 등의 팬들이 전시회에 쌀 화환을 보내 미혼모들에게 전달하겠다고 연락해올 만큼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조씨가 입양아 사진전을 시작한 건 2003년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의 '백일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 오면서다. 첫해엔 아이들을 뉘어 놓고 그야말로 순수한 '백일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들로 대한사회복지회가 전시회를 열어 호응을 얻자 조씨는 다음 해 "또 찍어주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아기들을 누군가 안아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백일 사진은 아빠·엄마가 아기를 품에 안고서 찍잖아요. 그래서 배우 권상우씨와 지휘자 정명훈씨에게 '빈손'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했지요."

유명인들과 아기들이 등장하는 사진전은 화제가 됐지만 "사진가와 스타들이 홍보를 위해 아기를 이용한다", "추운 겨울에 아기 옷을 벗겨 학대한다" 같은 비판도 나왔다. "그런 오해를 받으니 정말 괴로워서 그만두려고도 했지만, 이 또한 극복해야 한다고 믿고 열심히 해왔더니 사람들이 진정성을 알아봐 주더라고요(웃음). 벌써 11년 동안이나 했는데도 여전히 혈연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에서 입양에 대한 인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10차례 사진전을 열며 조씨는 우리나라 입양 현실이 나아지는 데 일조했다고 자부했다. 2006년에는 '입양의 날'이 제정되며 국내 입양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입양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며 '공개 입양'을 하는 경우도 많아 홀트아동복지회와 함께 '입양 가족 사진 콘테스트'도 5회째 열고 있다. 인권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아기를 낳은 여고생을 퇴학시킨 학교에 '복학시키라'는 권고를 내리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10주년 기념 사진집을 냈어요. 표지엔 제가 사진을 찍어 국내 가정에 입양된 쌍둥이 하원이·주원이의 사진을 썼죠. 하원이·주원이가 얼마나 예쁘게 자라는지 매년 한 번씩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있어요. 시집갈 때 결혼 사진도 멋있게 찍어주겠다고 했죠."

그의 사진에는 이병헌·최지우·사라 장·손숙·이승기 등 쟁쟁한 스타들이 함께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이던 2005년에 아기를 안고 사진을 찍었다.

"박 대통령이 안았던 아기 이름이 '김세현'이었어요. 당시 박 대통령이 '조카 이름도 세현이'라며 신기해했죠. 제 이름도 '세현'이잖아요(웃음)."

조세현씨는 지난해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것을 계기로 이번엔 미혼모들이 직접 아기를 안고 찍은 사진도 함께 전시한다.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친부모가 아기의 출생을 직접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미성년자들이 아기를 버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요. 생명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힘들어도 아기는 엄마가 직접 키우는 게 제일 좋다고 호소하고 싶어서 엄마와 아기들 사진을 함께 전시합니다. 엄마가 직접 아기를 키울 수 있게 정부와 사회단체가 합심해 경제적 지원을 늘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조세현씨는 내년 사진전의 주제도 이미 정했다. '스포츠 스타'들이다. "박찬호·우지원 선수는 벌써 약속했어요. 박태환·김연아·박지성 같은 쟁쟁한 선수들에게도 요청할 겁니다. 좋은 의미인 만큼 다들 승낙해 주리라 믿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