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카 입으면 아저씨, '정패(정장형 패딩)' 입으면 오빠

"춥다고 기모(起毛) 바지 입으면 아저씨, 패딩(padding) 코트 입으면 오빠."

최근 유행처럼 나도는 말이다. 몇년 전부터 옷 속 가득 충전재를 넣어 따뜻하게 만든 웃옷인 '패딩'이 인기를 누리면서, 양복쟁이 아저씨도 어느덧 출근길에 패딩을 입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산에 오를 때나 입을 법한 두툼하고 부한 느낌의 패딩 점퍼보단 슬림하고 깔끔한 '양복형 패딩'이 몇년 전부터 꾸준하게 인기를 얻는 추세. 하지만 아저씨가 패딩 스타일링을 시도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금융 회사에 다니는 김형준(37)씨는 "상사들에게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쉽게 못 입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도 비슷한 충고를 했다. "웬만하면 등산할 때 입는 점퍼는 입지 마세요. 가장 예의 없고 멋없는 스타일링이에요. 기왕이면 '정패(정장형 패딩)'를 입으세요. 따뜻하면서도 단정해 보이니까요."

◇1단계, '정패' 입기

'정장형 패딩'을 고를 때 따져 봐야 하는 것 세 가지. 첫째는 옷깃. 양복처럼 반듯하게 칼라(collar)가 달렸는지 살핀다. 둘째는 단추. 지퍼로 여미는 것보단 단추로 마무리한 옷이 더 단정하다. 셋째는 길이. 너무 짧거나 긴 건 양복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무릎 선에서 살짝 올라오는 정도가 적당하다. 정윤기씨는 "큼직한 영어 상표가 몸을 가로지르는 아웃도어 등산복, 올록볼록한 점퍼도 피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2단계, 속에 껴입고 겉에 덧입고

아저씨에게 '겹쳐입기(layering)'는 꽤 어렵지만 가장 멋스럽게 옷을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속에 겹쳐 입을 수 있는 얇은 패딩 조끼나 재킷을 고르면 한결 쉽다. 스타일리스트 양윤정씨는 "패딩 조끼 색깔을 조금 튀는 걸 골랐다면, 양복 안에도 화사한 V라인 스웨터를 받쳐 입어 균형을 맞춰주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3단계, 벨트·양말·구두 조심

바지 색깔이나 양말, 구두는 옷의 스타일링 지수를 높이기 좋은 도구. 늘 똑같은 모직 바지도 나쁘진 않지만, 가끔 코듀로이 소재의 색깔 바지나 잔잔한 체크무늬 바지를 골라 입으면 아무래도 한결 젊어 보인다.

양말은 바지와 반대 색깔을 신어주면 예쁘다. 로고가 우악스러운 검정 양말이나 발목이 보이는 스포츠 양말은 피하자.

벨트도 조심해야 한다. 로고가 번쩍번쩍 큼직한 벨트는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시선을 배로 모아줘 오히려 더 뚱뚱해 보이는 역효과도 난다. 닳아빠진 아저씨 로퍼(끈이 없는 구두), 달리기할 때나 신을 법한 러닝화도 피해야 하는 선택이다.

[10만~30만원이면 나도 패딩 멋쟁이]

몇몇 패딩 점퍼 가격이 100만~200만원을 넘나들면서 '비싼 패딩 입기' 경쟁도 치열해졌지만, 실속 있고 예쁜 제품도 꽤 많다. '바나나 리퍼블릭' 최성경 과장은 "패딩 코트나 패딩 조끼는 10만~30만원 정도로도 세련된 제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급 수입 거위털, 수제(手製) 봉제 여부를 굳이 따지지 않는다면, 선택의 폭이 한결 넓다. 양윤정씨는 "요즘엔 모피 대신 인조모피를, 거위털 패딩 대신 솜패딩을 찾는 이도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