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중년 잡아라"… 보험사, 60~75세 상품 대거 출시

NH농협생명이 지난 9월 내놓은 'NH실버암보험' 상품은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가 5만명을 돌파해 보험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이 보험 상품은 신(新)중년층으로 불리는 61~75세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으로, 지난해 3월 출범한 농협생명 상품 가운데 단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상품으로 기록됐다. 박승근 농협생명 부사장은 "수요가 제법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많이 팔릴 줄은 몰랐다"며 "젊은 노인층을 상대로 한 보험시장은 당분간 보험업계에서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보험 상품 시장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던 노년층이 지난해부터 보험시장의 '큰 고객'으로 떠올랐다. 보험사들은 최근 1~2년 사이에 60~75세의 젊은 노인들을 겨냥한 보험 상품을 대거 출시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노인 전용 보험 상품 출시 봇물

노인들은 당뇨와 혈관 질환 등 만성질병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보험금 부담이 큰 보험사들은 그동안 노인 고객을 꺼렸다. 60세만 넘어가면 가입할 만한 보험 상품 자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라이나생명이 '실버암보험'을 출시한 이후부터 노인 전용 보험 상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했다. 이 상품은 국내 최초로 61~80세까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보험 상품이다. 올해 들어 흥국·미래에셋·동양·삼성·한화·NH농협생명 등 각 생명보험회사가 가입 연령을 61~75세로 확대해 노인 전용 암보험 상품을 쏟아냈다.

노인 전용 암보험 상품은 보험사들이 위암·대장암 등 일반암은 2000만원, 유방암과 전립선암(성별암)은 400만원, 갑상샘암 등 소액(少額)암은 200만원씩 보장한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노인 전용 암보험은 노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품 내용을 단순화하다 보니 보험사마다 보장 내용은 거의 차이가 없다"며 "보험료가 저렴하고, 할인 혜택이 많은 것을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삼성화재·현대해상·LIG손보·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들이 보험 가입 연령을 70~75세까지 확대한 보험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노인 가입자들의 특성에 맞게 간병비와 간병연금 지급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들어서는 보험 보장 기간을 110세까지(지난해까지는 100세) 연장한 보험 상품도 등장했다. LIG손보가 지난 1월 출시한 'LIG 110 LTC간병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110세가 될 때까지 간병비와 간병연금을 지급하는 최초의 상품이다.

◇노인 보험 시장 크고, 노인들 보험 수요 늘어

노인 전용 보험 상품이 속속 나온 것은 보험회사와 노년층 보험 수요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연령대별 보험 가입률은 20대 78.0%, 30대 86.6%, 40대 85.1%, 50대 81.2%에 달한다. 그러나 60대에 들어서면 보험 가입률이 62.6%, 70대 21.5%로 뚝 떨어진다. 보험회사 입장에선 중·장년층 보험 시장은 포화 상태지만, 노년층 보험 시장은 얼마든지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상태인 셈이다.

여기에 노인의 의료비 지출도 늘고, 의식도 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총 진료비는 2009년 14조1500억원에서 지난해 18조3400억원까지 증가했다.

여기에 노인층들의 독립심도 강해졌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노후 생활을 자녀에게 의존하겠다는 비율은 2006년 76.3%에서 지난해 36.6%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생명보험협회 소순영 부장은 "노년층이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의료비를 감당하려면 보험 가입은 필수"라고 말했다.

◇노인 보험 상품, 보험료는 비싸

노인 전용 보험 상품이 속속 출시돼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보험료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보다 훨씬 비싸다. 생보업계의 노인 전용 암보험 상품은 고혈압·당뇨 등 질병이 있어도 보험 가입은 받아주고, 이런 질병이 없으면 보험료를 5% 할인해 준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고혈압·당뇨 등 노인성 질병이 있다면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보험료 자체도 비싼 편이다. 가입 당시 연령 65세를 기준으로 볼 때 생보사의 노인 전용 보험의 경우 여성은 월 보험료가 월 2만9100~3만7900원, 남성은 5만800~6만6700원 수준이다. 20~30대에 가입하면 보험료(남성 기준)가 월 2만~3만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최대 2배 이상 비싸다. A보험사 관계자는 "노인들은 암이나 각종 질병 발병률이 청·장년층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며 "노인 전용 보험 상품은 청·장년 시기에 가입한 보험이 없는 노년층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