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현대회화 100선] '길례 언니'가 보내는 성탄 카드, 어때요?

"화사하고 따뜻한 색채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딱 어울린다."(관람객 정광순씨)

"이상적인 여성상이지만 왠지 내 누이 같은 친근감이 드는 그림."(관람객 김기태씨)

소록도 간호사를 따사로운 노란빛으로 그려낸 천경자(千鏡子·89)의 '길례언니'(1973)가 '크리스마스카드에 가장 넣고 싶은 그림' 1위로 꼽혔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회화 100선'전을 찾은 관람객 5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크리스마스=가족과 함께하는 날'이라는 생각으로 따스하고 다정한 분위기의 그림이 많이 꼽혔다.

2위는 장욱진(張旭鎭·1917~ 1990)의 '가로수'(1978). 빗자루를 거꾸로 세운 듯한 푸른 가로수 아래 집 몇 채가 올라가 있고, 그 아래 소와 개를 거느리고 산책을 나선 가족의 모습을 단순하면서 귀여운 필치로 그려냈다. 30×40㎝ 크기의 작은 작품. 김민석(9)군은 "나무가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같다. 그림 속 가족처럼 우리 가족도 겨울방학 때 나들이를 가면 좋겠다"고 했다.

서양에선 성탄절에 말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를 경배하며 소들이 무릎을 꿇었다는 기적이 전해져 내려온다. 토머스 하디의 '황소들(The Oxen)'은 이 전설을 모티프로 한 시(詩). 거칠게 돌진하는 황소를 그린 이중섭(李仲燮·1916~ 1956)의 '소'(1953년경)와 '황소'(1953년경)가 각각 3, 4위로 꼽혔다. 고제한(43)씨는 "역동적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어서 '소'를 골랐다"고 했다.

고즈넉한 달밤을 푸른빛으로 그려낸 김환기(金煥基·1913~1974)의 '산월'(1958)은 5위. "푸른색의 전체적인 색감과 둥그런 달이 겨울과 잘 어울린다"고 관람객 이소연(27)씨가 말했다.

눈 내린 산골 풍경을 수묵으로 표현한 이상범(李象範·1897~ 1972)의 '설촌'(1960년대 초)은 50대 이상 관람객들의 지지를 받으며 6위에 올랐다. 신석균(58)씨는 "크리스마스의 평화를 고향 산천의 평화와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이대원(李大源·1921~ 2005)의 '과수원'(1976)이 7위, 김환기의 '영원의 노래'(1957)가 8위, 최욱경(崔郁卿·1940~ 1985)의 '어린이의 천국'(1977)이 9위, 배운성(裵雲成·1900~ 1978)의 '가족도'(1930~1935)가 10위를 차지했다.

[크리스마스카드는 누가 만들었을까]

기원은 확실치 않지만 1843년 영국의 미술 교육가 헨리 콜 경이 고안해 왕립미술아카데미 회원 존 호슬레이에게 그리게 한 것이 효시로 꼽힌다. 가족 3대가 건배를 하고 있고, 극빈자들에게 옷가지와 음식을 나눠주는 풍경이 들어 있는 카드였다. 발매 처음부터 인기를 끌었고 요즘도 복제품이 팔린다. 초기 크리스마스카드는 ‘봄이 오고 있다’는 걸 알리는 게 목적이어서 종교적 주제보다는 꽃과 요정, 어린이를 소재로 한 그림이 많았다. 1870년 이후 우편제도가 생기며 카드 보내기가 세계적 풍습이 됐고, 20세기에 들어 크리스마스카드는 ‘문구 산업’의 주요한 아이템이 됐다.

[작품 보려면…]

▲내년 3월 30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관람료 성인 6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포함), 초·중·고생 3000원, www.koreanpainting.kr (02)318-5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