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연말, 산타의 포트폴리오는 衣食株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기업 주가는 지고, B2C(business to customer·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 주가는 뜨고 있다. 올해 증시를 대표하는 트렌드는 '내수'다. 정부는 내수 부양으로 정책 방향을 옮기고 있고 수출 기업들은 엔화 약세, 원화 강세 등으로 금융 위기 직후와 같은 약진을 보이기는 어려워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떠오르는 것이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B2C 기업들이다. B2C 관련 주는 주로 개인 의식주나 여가 생활 등 라이프 스타일과 연관이 많은 데 비해 B2B 기업엔 대표 수출주인 철강·화학·정유 등이 포함돼 있다. B2C 기업 주가는 연말을 앞두고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에게 연말 선물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B2C 기업 상승, B2B 기업은 하락

현대홈쇼핑 주가는 올 들어 54.5% 올랐다. 현대홈쇼핑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형적인 B2C 기업이다. 현대홈쇼핑은 TV 홈쇼핑과 모바일 매출 급증으로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CJ오쇼핑, 한샘, 삼립식품 등 다른 대표적 B2C 기업들의 주가도 올 들어 각각 39.2%, 152.6%, 136.9%씩 상승했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1.8%, 1.6% 떨어지는 동안의 상승세다. 특히 CJ오쇼핑(40만900원), 현대홈쇼핑(19만원), 한샘(5만700원) 등이 지난 13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데 이어 삼립식품도 이날 장중 한때 6만58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B2B 사업을 위주로 하는 포스코, LG디스플레이, SK이노베이션, LG화학, 금호석유화학은 올 들어 주가가 6~27% 하락했다. 대부분은 외국 기업들에 물품을 파는 수출주인데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의 회복 속도가 더딘 데다가 원화 강세 탓에 수출 경쟁력이 악화되면서 주가 역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B2C 기업 강세 원인은?

B2C 기업들의 주가 강세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첫째로 내수 위주의 정책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의 초점을 민간 주도의 내수 활성화에 둘 예정이다. 일본과 중국 등에 이어 우리나라도 내수 경기 진작을 통해 경제의 숨통을 틔워 주겠다는 것. 내수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은 곧 B2C 기업의 실적이 개선된다는 뜻이므로 투자자들이 미리 이 주식에 대한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둘째는 장기적인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다. 한국 사회는 점차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1인 가구의 구매력이 높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1인 가구 증가가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월 가처분소득(개인소득 중 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이 80만5000원으로 3~4인 가구 73만5000원보다 많았다. 월 가처분소득이 많다는 것은 의식주 외에 여가나 레저에 대한 소비 여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인구가 같아도 가구 수가 늘어나면 소비는 늘어난다. 가구 수가 늘면 가정마다 최소한의 필수품을 구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수출주의 하락 폭이 큰 것은 최근 달라진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이 깊다. 중국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을 기존 성장 우선에서 구조조정, 개혁정책, 내수 진작 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올해 목표치(7.5%)보다 낮은 7%로 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이창목 리서치센터장은 "B2C 관련 업종들은 경기회복 여부를 떠나 1인 가구 수 증가와 맞물려 계속 성장할 산업군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