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고 '국민이모'래요, 희망을 노래한다고

"제가 시를 짓는 동안 제 첫 시를 읽었던 아이가 어른이 돼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이 제 시를 보며 자라 또 아들을 낳았답니다. 3대에 걸쳐 제 시를 읽은 독자가 전해준 이야기입니다."

이해인(68) 수녀의 얼굴에 생기가 가득했다. 2008년부터 직장암으로 투병하며 항암 주사를 30번, 방사선치료를 28번 받은 사람 같지 않았다.

그가 모처럼 서울에 온 건, 17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이해인 시전집'(전 2권·문학사상) 출간 기념회 때문이다. 시작(詩作) 인생 40년을 총망라한 작업이다. 이 수녀는 "시는 제게 기도이자 노래이며, 타인을 대신해 읊어주는 편지이자 러브레터다. 더 많은 분이 시를 읽고 행복해지는 세상이 되도록 작은 몫이라도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 수녀는 "암 투병을 한 후 시가 깊어졌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건강한 사람들이 건성으로 뱉는 말이 어떻게 아픈 이들에게 눈물이 되는가를 표현하고 싶어요. 담백하지만 묵상(默想)이 될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이해인 시전집'은 기도시집·꽃시집·동시집을 제외한 10권의 순수 시집을 모아 발간했다. '전집(全集)'으로 명명했지만, 이 수녀의 집필 활동은 끝나지 않았다.

"어떤 분이 저를 '몸·마음 투병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시는 국민 이모 수녀님'이라고 부르더군요. '흰 구름 수녀님', '민들레 영토 수녀님'이라는 별명도 들었지만, 저는 이분이 지어준 '국민 이모 수녀님'이 제일 좋아요. 독자들이 엄마·아빠에게는 직접 말 못하는 고민을 들어주는 '국민 이모'의 마음가짐으로, 아픔을 승화하고 치유할 수 있는 시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