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추천 영화] 뭐 볼까 갈팡질팡… 그러다 막 내립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듯, 극장에 영화가 쏟아진다. 영화는 많아서 고르기도 힘든데, 크리스마스와 송년회가 겹친 연말 극장가에선 예매 없이 영화도 보기 힘들 정도다. 박스오피스 앞에서 우왕좌왕하다간 극장에서 영화가 눈 녹듯 사라질 수도 있다. 올 연말에 제대로 된 영화를 보기 위한 '미션'을 돌파할 수 있는 전략을 소개한다.

[부부끼리 오붓하게]

◇미션: 연말 성과급을 받지 못해 아내의 눈치를 보고 있는 40대 가장 '송우석'씨. 아내의 잔소리를 막아보기 위해 '선(先) 외식, 후(後) 극장' 데이트를 계획한다.

◇해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집으로 가는 길'을 보고 나면 '철없는 남편'이나 '억척 아내'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보석 원석(原石)을 운반하다가 프랑스 공항에서 마약사범으로 몰린 평범한 주부 송정연(전도연)은 외딴 섬의 감옥에 갇히고, 철이 없던 그의 남편 김종배(고수)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로맨틱 코미디 '캐치미'는 엘리트 경찰 이호태(주원)가 세계적인 도둑이 된 첫사랑 윤진숙(김아중)을 다시 만나 사랑을 되찾는 이야기다. 신선한 설정에 비해 식상한 전개가 아쉽지만 예쁜 커플을 보는 건 언제나 뿌듯하다.

◇함정: 고수와 주원을 바라보다 나를 힐끔거리는 아내가 한숨을 쉰다.

[아이들과 하하호호]

◇미션: 딸의 크리스마스 소원은 "아빠와 극장에 가고 싶다"는 거. 30대 아버지 '지동철'씨는 일곱 살짜리 꼬마 다섯 명에게 극장으로 끌려가고 있다.

◇해결: '썬더와 마법저택' '세이빙 산타' '저스틴' '비행기'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등 아이들이 볼 만한 애니메이션이 겨울방학을 노리고 개봉한다. 게다가 알 만한 연예인들이 더빙한 버전으로 상영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연령에 구애를 받지 않고 볼 수 있으며, 어른이 봐도 재밌는 작품들이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뒀다면 '엔더스 게임'을 추천한다. 청소년 영화는 아니지만, 10대 소년이 외계인으로부터 인류를 지켜내는 이 SF영화는 판타지와 게임에 몰두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해리슨 포드, 벤 킹슬리 등 성인 관객에게 익숙한 배우들도 나온다.

◇함정: 올 겨울 개봉하는 애니메이션이 너무 많다는 걸 딸이 알아버렸다.

[3代가 공감 감동]

◇미션: "올해 극장에 한 번도 못 갔네"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얼어붙은 40대 주부 '송정연'씨. 시부모에 중학생 아들까지 데리고 가족 모임을 해야 한다.

◇해결: 연말 공식 지정 영화가 돼버린 '러브 액츄얼리'의 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만든 '어바웃 타임'(15세 이상 관람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팀(돔놀 글리슨)이 사랑하는 여자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나고 가정을 꾸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소한 영화이지만, 일상과 가족의 소중함을 따뜻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자신이 아들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니란 걸 알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부모·자식 관계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애정이 묻어나는 성숙한 영화다. 3대를 한 번에 울릴지도 모른다.

◇함정: 시아버지부터 남편, 아들까지 남자 3대가 레이첼 맥아담스를 좋아하게 될 수 있다.

[남자끼리도 즐겁다]

◇미션: 여자친구 때문에 좋아하지도 않는 로맨틱 코미디만 줄창 봤던 20대 회사원 '이호태'씨. 연말에 출장 간 여자친구 덕분에 남자 동창들과 놀 기회가 생겼다.

◇해결: 어렸을 때 '인디아나 존스'에 열광했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호빗:스마우그의 폐허'가 제격이다. 레골라스가 나올 때마다 탄성을 내뱉던 여자친구가 없어 더 편하다. 더욱 성숙한 '상남자' 영화를 원한다면 '용의자'다.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 출신인 지동철(공유)이 구사하는, 뼈가 꺾이고 피가 튀는 액션을 보다 보면 괜히 내가 '강한 남자'가 된 것 같아 뿌듯해진다.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실베스터 스탤론이 나온 '이스케이프 플랜'은 '근육질 프리즌 브레이크'라고 생각하면 된다. 왕년의 형님들이 뭉쳤으니 의리로라도 보고 싶어지는 영화다.

◇함정: 공유의 복근을 보면서 콜라에 팝콘, 나초까지 먹는 내가 한심해진다.

[女 싱글도 당당하게]

◇미션: 혼자 보내는 연말이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30대 여성 '윤진숙'씨. 거리에 넘쳐나는 커플들과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어두컴컴한 극장으로 피신한다.

◇해결: '남녀상열지사'나 젊고 예쁜 여배우가 털끝만큼도 나오지 않아 마음에 드는 영화, '변호인'을 보면 비장한 마음에 연애나 결혼 따위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공인 송강호를 통해 남자의 새로운 매력에 눈을 뜨면서 '조각미남'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다.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영화로 되살린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은 미술관에 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라디오를 즐겨 들으며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예술에 조예 깊은 여성 '셜리'가 왠지 나를 닮은 것 같아 애틋하다.

◇함정: 이 영화를 혼자 보러 온 남자가 극장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