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美 도청 사건 풍자한 영상 제작

반기문(69) 유엔 사무총장이 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출입기자단과 가진 만찬 행사에서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도·감청 사건을 풍자한 영상<사진>을 선보였다. 이 자리에는 가수 스티비 원더와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러스도 특별 손님으로 초청됐다.

반 총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유엔과 유엔 사무총장이 도·감청을 당했다"고 운을 뗐다. 반 총장의 말이 끝나자 곧바로 동영상이 재생됐다. 영상은 세계 각국의 정보 요원들이 반 총장 사무실에 몰래 도·감청 장치를 설치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엮은 것이다. 이 동영상은 연출부터 출연까지 반 총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면 속 반 총장은 유엔 본부의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다. 이어 소파와 선반 등 집무실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반 총장을 감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집무실 밖 도·감청 시설에서는 정보원들이 반 총장의 일상을 훔쳐보고 있다. 반 총장이 일하는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피자를 시켜먹는 모습까지 나온다. 이를 지켜본 정보원들은 "이 사람은 뭐 하나 (중요한 정보가) 나오는 게 없다"고 푸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