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美·日 증시 훈풍에 역외펀드(해외에서 펀드 설립해 해외 법에 따라 운용하는 펀드) 수익률 '쑥쑥'

국내에 등록된 역외펀드들이 올해 들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산운용사가 해외에서 펀드를 설립해 특정 국가에서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펀드를 만든 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해외의 법률에 따라 만든 펀드라는 점이 다르다. 주로 운용되는 지역의 통화로 투자를 하는데, 국내에 등록된 역외펀드 중에는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선진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자 해당 역외펀드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역외펀드에 투자하면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美·日 설정펀드 수익률 높아

19일 펀드평가사에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227개 역외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9.1%다. 이 중 주식형 역외펀드의 수익률은 11.9%로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3.2%)을 훨씬 웃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2.1%)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

특히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 설정된 펀드들의 성적이 좋다. 연초 이후 가장 좋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역외펀드는 프랭클린템플턴 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프랭클린 바이오테크놀리지 디스커버리 펀드 A(EUR)'로 수익률이 56.1%다. 달러를 기준통화로 하는 이 펀드는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 암젠(Amgen)과 같은 미국 바이오 기업들에 주로 투자한다. 블랙록인터내셔널이 운용하는 '블랙록 일본 밸류펀드 A2(JPY)'의 수익률(53.7%)도 좋다. 이 펀드는 일본 엔화를 기준통화로 하고 도요타 자동차나 소프트뱅크 같은 일본 대기업 주식에 투자한다. 일본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피델리티 일본 소형주펀드 A(JPY-배당)'도 53%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유럽 지역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슈로더 유럽 중소형주 펀드 A(EUR)'의 수익률(32.8%)도 양호하다.

◇선진국 증시 상승 영향

역외펀드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선진국 증시 상승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기 호전 기대감과 엔화 가치 하락 등의 효과로 미국과 일본 증시가 연초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18일(현지 시각)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이 1만6167.97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4070.06으로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증시 역시 닛케이 평균이 연초 이후 50%가량 상승하는 등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독일(DAX 30 지수) 증시가 지난 11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유럽 증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역외펀드는 해외에서 설정됐기 때문에 해외시장의 변동에 바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국내에서 설정된 재간접형 해외펀드 다수가 역외펀드에 투자하는데, 이 때문에 이 펀드들은 역외펀드보다 시장 움직임이 하루 늦게 반영된다. 블랙록 일본 밸류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롭 웨더스톤(Rob Weatherston) 펀드매니저는 "일본의 정책 변경에 즉각적으로 대응해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며 "금융회사를 비롯해 에너지 인프라 재건으로 강력한 수요가 예상되는 신에너지 기업, 일본 은행의 경기 부양 정책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내수 업체(부동산·백화점)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 강세로 환차익 가능

증시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시 역외펀드에 투자하면 환차익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한다. 달러화나 엔화 등 해외 통화로 투자하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유리하다는 것이다. 역외펀드는 해외 법이 적용돼 이익이 생겨도 매년 결산 때마다 과세하지 않고, 환매할 때만 소득에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실제로 올해 9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100원대 이하로 떨어지자 조금씩 역외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 2일 국제예탁결제기관인 클리어스트림과 역외펀드 투자지원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