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누는 멘토링] [3]"희생한 선배 군인 위해… 유가족 돌보는게 후배의 임무"

서울 동작구의 한 연립주택 지하셋방에 사는 박상기(72) 할머니는 조현우(61·예비역 해군 소령)씨가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조씨가 "선배 군인 가족들을 돕겠다"며 한 달에 두 차례 찾아와 말벗도 되고, 어려운 일도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할머니 남편은 육군 하사로, 6·25때 머리에 총상을 입고 평생 병마와 싸우다 10년 전 숨졌다. 전투 중에 총상을 입고 미국까지 긴급 후송돼 뇌 수술을 받았지만 2개의 총탄을 제거하지 못해 평생 병석에 누워 지냈다. 보따리 장사 등을 하며 6남매를 키워 온 할머니는 평생 어렵게 일한 탓인지, 지금은 고혈압에 당뇨, 관절염 등 병치레에 거동조차 불편한 상태이다.

매달 약값만 50만원 넘게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할머니의 사정을 듣고 조씨는 보훈처와 동사무소를 들락거리며 의료비 해결에 나섰다. 조씨는 "할머니는 재산과 소득이 많지 않아 정부가 의료비를 대주는 국가유공자 의료급여 대상자로 지정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매년 올라가는 전세금이 부담스럽다는 할머니 얘기에, 조씨는 요즘 임대아파트를 알아보러 보훈청 서울남부보훈지청을 자주 찾고 있다.

박 할머니는 조씨를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노인들을 돌봐주는 은인"이라 했다. 조씨는 "나라 위해 희생하신 선배 군인들의 가족을 돌보는 게 후배들 임무"라고 했다.

조씨가 할머니를 만난 것은 지난 5월. 군 복무 중 순직한 군인의 유가족을 돕기 위해 만든 '국방보훈클럽'에서 전몰군경 유가족을 돌보기 위한 멘토링 사업을 하면서다. 예비역 장성·영관급 15명이 동참했고, 이들은 서울 동작구의 전몰군경 미망인회의 70~80대 할머니들 돕기에 나섰다.

예비역 해병대령 출신인 최경선(58)씨는 부인과 함께 할머니(80)를 찾는다.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해 밖에 나가질 못해요. 파킨슨병으로 고생하는 할머니가 장기요양보험의 등급을 받도록 주선하고, 할머니가 갈 요양시설도 알아보고 있지요."

멘토링 사업을 지원하는 IBK기업은행 행복나눔재단 김성웅 과장은 "정부가 보훈연금으로 이들을 지원하지만 늙어서도 자식들 뒷바라지까지 해야 하는 고령의 할머니들은 생활이 어렵기만 하다"고 말했다. 멘토링 문의 070-4044-5051(한국사회복지협의회 휴먼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