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는 블랙(석유), 21세기는 블루(수자원)… 물의 時代 온다"

이정무(72) 2015세계물포럼조직위 조직위원장(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집무실에 걸린 '국가별 수자원 현황' 대형 차트를 가리켰다.

"보십시오. 우리나라는 물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웃 일본과 비교해도 1인당 가용(可用) 수자원 양이 2분의 1 수준이에요. 우리나라 국민도 이제 물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돈을 물 쓰듯이 쓴다'는 말은 이제 '물을 돈 쓰듯 아껴야 한다'는 말로 바꿔야 합니다."

'물의 올림픽'인 세계물포럼이 2015년 4월 우리나라 대구·경북에서 열린다. 200여개국 3만50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대규모 행사다. 채 500일도 남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이 행사 준비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경북 선산이 고향인 이 위원장은 예전 시골 고향에선 거의 해마다 물난리가 났다고 했다.

"내가 국민학교 때 6·25 전쟁이 일어났어요. 1950~60년대만 해도 물관리가 엉망이었지요. 낙동강이 범람하기만 하면 나도 고사리손으로 물에 잠긴 장롱이며 그릇을 닦는 데 동원됐어요."

물에 관한 또 하나의 강렬한 기억은 1971년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다. 당시 프랑스에선 이미 에비앙 생수가 코카콜라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맹물을 돈을 주고 사다니.' 이 위원장은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만 알고 있다가 큰 '문화적 쇼크'를 받았다고 한다.

"물 산업은 치수(治水)부터 물을 생산·유통하고, 상품화해 공급하는 모든 단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2015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세계물포럼은 이처럼 물과 관련된 정부·국제기구·기업·학계 관계자, 언론인과 일반 시민까지 한꺼번에 다 모이는 큰 행사입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세계물포럼에는 정치 지도자들까지 대거 참석해 국가 간 수자원 이용에 대해 논의하고, 물 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에는 최적의 수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물포럼이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97년 모로코에서 처음 열린 이후 3년에 한 번씩 이미 6차례 열렸다. 국가 간 수자원 분쟁에서부터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사업까지 모든 물 관련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행사 크기와 참가국은 매번 늘었다.

지난 6차 프랑스 마르세유 세계물포럼(2012년)에는 173개국에서 3만4000여명이 참석했다. 이 같은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우리 조직위 측은 개최 후보지 실사단이 방문했을 때 우리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외교부·국토부·환경부·농식품부 장관이 모두 하루에 면담하는 파격 대우를 했다. 대구·경북 주민들은 실사단 얼굴을 캐리커처로 그린 피켓까지 들고 환영했다. "그 결과 스코틀랜드와 박빙의 경합을 벌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31대3이란 큰 차이로 2015년 물포럼을 유치했어요."

이 위원장은 이번 세계물포럼 개최를 통해 우리나라는 '블루 골드' 시대를 본격적으로 맞이할 것으로 예상했다. 20세기가 석유를 이용한 '블랙 골드' 시대라면 앞으로는 물 산업을 통한 '블루 골드' 시대가 될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2010년 기준 세계 물 시장은 이미 반도체·조선 시장의 2배 이상인 약 5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매년 4% 이상 성장을 거듭할 전망이다. 아직 우리나라 물 산업은 전 세계 물 시장의 0.3%밖에 차지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게 추진위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대구·경북 세계물포럼이 성공하려면 국민이 물에 더 관심을 갖고, 관련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물 산업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