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승부사의 포부… "젊은 감독들 긴장하시라"

"젊은 감독들이 긴장 좀 해야 할 겁니다."

'그라운드의 승부사'로 불리는 박종환(75·사진) 감독은 22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거듭 "자신 있다"고 했다. 이날 그는 시민구단으로 탈바꿈한 성남시민축구단(가칭)의 초대 사령탑으로 확정됐다. 성남시는 22일 "성남 시민 프로축구단의 신임 감독으로 박종환 감독을 선임했다"며 "23일 성남시 청사에서 정식 계약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통일재단)이 운영하던 성남 일화 천마 프로축구단은 성남시가 인수해 내년부터 시민구단으로 프로축구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 참가한다.

박 감독은 2006년 11월 대구FC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7년 가까이 현장을 떠나 있었다. 하지만 자신감은 여전했다. 그는 "축구 감독 생활만 41년을 했다"며 "한국 프로축구에 새 역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1938년 황해 옹진 출생의 박종환 감독은 A대표팀 사령탑만 다섯 번을 지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도자다. 가장 빛나는 경력은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일궈낸 '4강 신화'다.

프로축구에서도 일화 팀의 지휘봉을 잡고 리그 3연패(1993~1995년) 위업을 달성하는 등 돋보이는 성과를 남겼다. 특유의 스파르타식 훈련과 강한 카리스마로 '독사'란 별명을 얻었다. 1996년 일화를 떠나 17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오게 된 박 감독은 "쉬는 동안에도 축구 공부를 많이 했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75세의 나이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1~2번 축구를 즐긴다는 박 감독은 체력은 자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30분짜리 축구 게임을 3~4번 뛸 수 있을 정도의 몸 상태는 된다"며 "최근 K리그 구단들이 젊은 감독들을 중용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이번에 한번 경험의 위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관중이 원하는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는 것이다.

시민구단이라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쓸 수 없다는 점도 문제없다고 했다. 박 감독은 "리그 3연패 당시에도 일화는 호화 멤버와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며 "대구 시절에도 이름값 떨어지는 선수들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