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생 34년 만에 첫 1위 "제 노래, 제2의 타타타 될까요?"

제2의 '타타타' 열풍이 일어날까? 발라드 톱스타·특급 아이돌·힙합 대세까지 잘나가는 가수들이라면 다 뛰어드는 최첨단 음악 전장(戰場) 드라마 OST에서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데뷔 34년 차 조항조가 부른 KBS '왕가네 식구들'의 주제가 '사랑 찾아 인생 찾아'가 컬러링·배경음악 등 휴대전화 음악 서비스 이용 빈도를 따지는 '가온 모바일 차트'에서 지난 10월부터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트렌디한 노래들이 강세인 드라마 OST에서 성인 가요가 뜬 것은 MBC '사랑이 뭐길래'의 '타타타(김국환)'이후 22년 만의 일. 조씨로서도 음악 인생 첫 1위다.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조항조는 "남들이 '제2의 전성기'라고들 하지만, 노래 사랑받는 거 하나로 좋다"며 웃었다.

"사랑 찾아 인생을 찾아 하루종일 숨이 차게 뛰어다닌다/서울 하늘 하늘 아래서 내 꿈도 가까이 온다/사랑도 있고 우정도 있고 하늘 아래 살고 있고 /저마다 다른 인생 속에 또 하루를 바쁘게 산다"

인생 격언 같은 단순한 노랫말을 허스키하고 '뽕끼' 있는 목소리로 힘차게 지르는 이 노래는 구성지면서도 시청자들 뇌리에 쏙쏙 박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치원생 꼬마들까지 흥얼거릴 정도.

"7월 중순쯤 OST 제작사에서 전화가 와 깜짝 놀랐어요. 저 같은 트로트 가수한테 드라마 OST라니. 언감생심이었죠. 흥행에 누를 끼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간택된 상태'라 했다. 문영남 작가와 진형욱 PD가 '이 드라마 노래엔 조항조 목소리가 좋겠다'고 적극 추천했다는 것. 그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가 아니냐. 부르면 부를수록 내 인생 같은 노래"라고 했다.

미8군 밴드로 음악 생활을 시작한 조항조는 비지스·템테이션·시카고·어스윈드앤드파이어·쿨앤더갱 같은 동시대 인기 팝 그룹의 음악을 카피했다. 이후 1979년 그룹 '1999'로 가요계에 정식 데뷔해 록과 발라드, 트로트 고고(록에 전통 가요 리듬을 버무린 음악)까지 아울렀다. 1980년대 중반~90년대 초 미국 생활을 한 뒤 귀국하고 트로트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때 내놓은 '남자라는 이유로'가 히트하며 '트로트 가수'로 확실히 각인됐다.

"기업과 사회단체 송년 모임뿐 아니라 재능 기부 차원에서 오르는 자선 무대에서도 다들 함께 따라 부르세요. '이런 게 음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록이든, 트로트든, 결국 음악이란 건 듣는 대중을 행복하게 해줄 때 빛을 내는 거 아니겠어요?"

89년 '가수 하기 좋은 이름'이라며 작명가로부터 얻은 이름이 조항조, 본명은 홍원표다. 나이를 묻자 "45세에서 딱 멈췄다"고 눙치는 그는 "평생 함께해온 아내와 아들에게 가장 고맙다"고 했다. "가족 프라이버시를 위해 사생활 얘기를 입 밖에 꺼낸 적이 없다 보니 별 소문이 다 나요. 이 자리를 통해 확실히 알리고 싶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