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요리가 경쟁력이다. 특히 은퇴 후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데 ‘요리’는 핵심적인 요소. 이에 <시니어조선>은 백설요리원에서 요리연구가 한명숙과 함께 부부 요리 교실을 마련했다. <시니어조선> 명예기자가 직접 쓴 쿠킹 클래스 체험기.
중구 쌍림동의 CJ 제일제당센터 1층에 있는 백설요리원은 요리 실습실과 완성된 요리를 직접 먹어볼 수 있는 식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엄마가 차려준 밥상>의 저자이자 요리연구가인 한명숙 씨의 요리 강좌가 열렸다. 요리의 핵심 어휘는 ‘엄마’와 ‘밥상’으로 축약할 수 있겠다. 요즘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밖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시기에 엄마가 차려준 밥상이라는 테마는 적절했으며, 향수까지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12월 초 열린 요리 교실에는 부부 9쌍이 초대되었다. 조리대에는 고기, 버섯, 간장, 다진 마늘 등 일상의 평범한 식재료가 투명한 유리식기에 깨끗하게 담겨 있었다. 우선 한명숙 요리연구가가 간장양념황태구이, 견과류떡갈비, 불고기버섯전골 만들기를 시연하며 조리법을 설명했다. 그 다음 준비된 식재료를 제공받아 부부가 함께 요리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백설요리원에 모인 남편들은 장소가 주는 어색함 때문에 괜한 커피만 홀짝거렸다. 요리연구가 앞에서 헛웃음을 웃거나 앞치마를 철갑처럼 두르고 있다 뒤집어 입은 것을 발견하고 부리나케 다시 입기도 했다. 어색한 틈바구니 속에서 머리에 살짝 새치가 오른 근엄한 남자들은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나도 잠시 모든 걸 잊고 어릴적 소년처럼 기름을 손에 철벅철벅 묻히고, 다진 고기를 찰흙 다루듯 납작하게 타원형으로 만들어 검지로 한가운데를 꾹꾹 눌러댔다.
이날 실습한 요리는 견과류떡갈비와 불고기버섯전골. 설탕은 단맛을 낼 뿐만 아니라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 전골에 액젓류를 약간 넣으면 더욱 맛깔스런 풍미를 낼 수 있음을 수업을 들으며 알게 되었다. 물론 아내는 이미 알고 있었을 테지만. 나는 요리하는 재미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요리는 박진감 넘치는 프로세스다. 푸른 바다의 식재료와 대지의 식재료가 만나 뜨거운 도가니에 들어가 어떤 특정한 맛을 내는 것이 마치 용광로를 거친 ‘쇠’ 같았다. 제련 거친 철이 선박이나 건물의 든든한 골격이 되듯 좋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 또한 건강관리의 기본 요소. 이런 건강 속에서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완성된 요리를 요리원 내 식탁으로 옮기고 부부가 마주보며 모락모락 온기가 피어나는 전골에 수저를 담갔다. 1시간여 동안 공들여 만든 요리를 먹는 순간에도 각자 집에 두고 온 자녀들이 생각났는지 동그란 접시에 담긴 견과류떡갈비에 더는 손을 대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최 측은 이같은 상황을 내다봤는지 플라스틱 용기를 미리 마련해두었다. 요리 교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아이들과 노모가 우리 부부가 만든 떡갈비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로써 추억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요리 만드는 즐거움, 그리고 그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행복감을 뒤늦게 알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