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완벽한 ‘100%의 은퇴’를 꿈꾼다. 이를 위해선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들이 많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 시대 은퇴 전문가 3인이 각각 ‘100%의 은퇴’를 위한 1순위를 꼽았다.
전기보 | 열린사이버대학교 부설 행복한은퇴연구소장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입니다. 인생 후반부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죠. 첫 번째는 ‘힘든 과정을 거쳤으니 이제는 편안히 쉬자’는 것, 두 번째는 ‘이제까지의 인생과는 다른 내 의지대로의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는 것. 이 두 가지 중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은퇴 이후의 삶의 질은 달라집니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첫 번째 경우에 편입되죠. ‘이제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두 번째 마음가짐으로 후반부 인생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건강관리는 물론이고 자기계발이나 세컨드잡 같은 요소들을 필요로 하겠죠.
우리는 아직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살지 모릅니다. 보통 80세 정도로 계산하는데, 이건 평균 수명일 뿐입니다. 2005년 963명이던 100세 이상자는 2010년 1836명으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어요. 2012년 한 해만 봐도 99세에서 100세가 된 사람이 200명 이상이었습니다. 100세 이상 연령층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은퇴 후 20년 정도 시간이 생기지만, 100세라고 가정하면 40년의 시간이 생기는 겁니다. 엄청난 차이죠. 40년이라는 시간은 젊을 때 직장생활을 하는 기간보다 더 긴 시간입니다. 은퇴 후 더 많은 시간을 갖는 셈이니 소비만 하는 삶을 살 수는 없어요. 지금 은퇴를 앞둔 이들은 대체로 ‘은퇴 이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고민은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곽은 없죠.
“사람마다 가치관에 차이가 있어 은퇴 준비에 우선순위를 매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서는 은퇴 준비항목의 우선순위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100세시대 新삼강오륜>이라는 리포트를 발표했습니다. 리포트에서는 여러 가지 은퇴 준비 항목 중 건강, 가족, 재무(금융) 3가지를 좀 더 중요한 삼강으로 거론했는데, 이는 비교적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하게 챙겨야 하는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3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굳이 1순위를 꼽는다면 저는 재무를 꼽겠습니다. 재무가 절대적인 항목은 아니지만 다른 항목의 준비를 원활하게 도와주는 윤활유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와 관련한 은퇴 준비 트렌드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무적으로 부족한 준비 상황을 미리 점검하고 이를 중심으로 은퇴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무가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되, 행복한 100세 시대를 위해서는 재무 외에 건강·일·관계 등 비재무적인 부분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트렌드가 개인 중심의 은퇴 준비였다면 최근에는 배우자나 가족과 함께하는 가구 중심의 은퇴 준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은퇴 재무설계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는 연금 등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미래에 받게 될 예상 연금 액수를 현재의 화폐 가치와 동일시 하는 점입니다. 물가상승을 고려하지 않는거죠. 예를 들어 월 200만 원 받는 연금 상품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막상 연금 수령 시점이 되면 물가상승으로 인해 현재의 200만 원보다 훨씬 작은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연금 상품에 가입할 때는 본인이 현재 원하는 금액에 물가상승을 감안한 연금액이 나올 수 있도록 설계하거나, 예상 연금을 현재 화폐가치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보통 은퇴 재무설계를 하다 보면 산술적으로 10억 원 이상의 필요자금이 나와 지레 은퇴 준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나 퇴직금,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제도만 잘 활용해도 그 필요자금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상황을 잘 체크하고 부족분을 챙겨나간다면 은퇴 준비가 두렵거나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최숙희 | 한양사이버대학교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
“1순위는 단연 건강입니다. 건강한 상태로 노후를 보낼 수 없다면, 삶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죠. 건강해야 일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활동과 취미생활을 활발히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건강하지 않으면 의료비 지출이 자연히 증가합니다. 사망 전 특정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지출하는 의료비를 ‘사망 관련 의료비(Death-Related Costs)’라 부릅니다. 보건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경우 사망 관련 의료비가 평생 지출하는 의료비의 20~30%에 달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평소의 건강 관리는 노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사망 직전 급격히 늘어나는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길입니다. 특히 올바른 식습관과 적당한 운동을 통한 체중 관리는 비만·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은퇴를 앞둔 이들은 길어진 노년과 부족한 노후자금으로 인해 일자리와 노후 소득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고요. 은퇴를 위한 준비로 노후 소득 마련에만 집중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만 보는 형국입니다. 일정한 수준의 노후 소득 마련은 늘어난 노년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죠.
건강 관리와 함께 보람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계획도 행복한 노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배우자와 자녀, 친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취미생활이나 시간 관리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들은 모두 하루아침에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죠. 매일매일 충실하게 조금씩 준비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