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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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부터 ‘시니어조선닷컴’에서 제1기 <시니어조선> 명예기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거주자까지 포함해 30명의 명예기자들이 저마다의 눈으로 본 세상을 전한다. 그런데 이들은 왜 기자라는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게 됐을까.


이맘때면 영국에서는 정년으로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장기간 휴가를 갈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들의 철새 현상이 일어난다. 중산층은 상대적으로 가깝고 저렴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 집을 사놓고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고 부유층은 연중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는 바하마, 바베이도스, 카리브해 외딴 섬에 저택을 지어 1년 대부분을 그곳에서 지내는 경우도 있다. 골프광들은 아예 미국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팜 스프링스 또는 애리조나 골프장 안에 집을 사놓고 골프를 치면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다. - 안영임 명예기자 ‘영국 노년층의 겨울나기’ (2013. 12. 18) 中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영국 소식을 전하고 있는 안영임(58) 씨. 2001년부터 영국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안씨는 대학 졸업 후 서울의 한 신문사에서 약 15년간 기자 생활을 한 이력이 있다. 과거의 경험을 살려 다시 지면에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에 명예기자 활동을 시작하게 된 안씨. “몸은 영국에 있지만 항상 국내 소식에 관심을 두고, 다시 필드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안씨는 영국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시행하는 시니어 정책을 비롯해 영국 시니어들이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개척해가는지, 그들은 어떤 취미와 생활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등 다양한 영국 소식을 계속해서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최근 미국 휴가에서 접한 새로운 시니어 뉴스도 곧 글로 써 보낼 계획이라는 안씨에게선 힘찬 에너지가 느껴진다.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1기
제1기 <시니어조선> 명예기자단. 김영기,황수현,양해순,정종온, 이영미,임명수,성진선,박진훈, 조규옥,김봉길,남현경,이광훈, 이옥순, 변용도 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기사에 달리는 짧은 댓글이 큰 보람”

30명의 명예기자들이 모두 안씨처럼 기자 경력을 갖춘 베테랑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활동에 둔 뜻은 대체로 비슷하다. 경영컨설팅 관련 블로그를 운영 중인 김영기(54) 씨는 “이 땅의 시니어들이 느끼는 생생한 생활상을 취재해 그들이 공감하는 기사를 쓰고 싶다. 시니어 세대, 베이비부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건설업체 이사로 재직 중인 김봉길(59) 씨 역시 “중년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다. 중년의 삶과 문화를 알리는 데 관심을 쏟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취재와 기사 작성, 사진 촬영같은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진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옥순(65) 씨의 이야기.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5년 정도 됐다. 취미로 사진을 찍거나 사진 관련 봉사활동을 할 때와 기자로서 취재를 할 때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제대로 된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이제 3개월 정도 해보니 조금씩 방향이 잡히는 것 같다. 내 스스로 완성돼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씨는 “내 사진에 달리는 짧은 댓글에 엄청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30년 기자 경력의 성진선(59) 씨도 다르지 않다. “취재한 후 기사를 쓰고 그것을 다시 ‘메모장’에 복사하는 것, 사진의 픽셀을 맞추고 캡션을 쓰는 것, 그리고 글과 사진을 온라인상에 업로드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쉽지 않다. 아들이 도와줘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얼마 전에는 아들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기사와 사진을 올렸다.” 성씨가 힘들게 올린 ‘쓰죽회’ 관련 기사는 그 다음 날 시니어조선닷컴 메인을 장식했다. “기분이 무척 좋았다. 사방에서 전화가 왔다. 언론의 파급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도 60대 이상이 전 인구의 15%를 넘어섰고, 본격적인 ‘100세 시대’가 머잖은 이제, 그레이 파워를 붙잡으려는 마케팅이 활발하다. 그럼에도 통하지 않는 어르신들도 많다. 평생 근검절약하고 살아온 가락을 버릴 수 없어서, 손 내미는 자식들을 아예 외면할 수 없어서인 까닭이다. 자식들이 홀로서기에는 우리 사회구조가 여전히 녹록지 않음을 아는데 가진 돈이 있는 한 어찌 모른 체하기가 쉬울쏜가. 그래서 자기다짐이라도 할 요량으로 다 쓰고 죽자는 ‘쓰죽회’가 입에 오르내리게 된 건 아닐까. - 성진선 명예기자 ‘쓰죽회 회원이신가요?’ (2013. 12. 9) 中


‘진정한 시니어’로 거듭나기 위하여

“며느리가 파워블로거인데 내 기사를 보고 존경한다고, 어머니 같은 블로거가 되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는 황수현(63) 씨는 무엇보다 ‘자기성취감’이 활동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기성취, 자기만족만이 궁극의 목표는 아니다. “남은 삶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 고민했을 때 우리가 시니어 문화를 이끄는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니어에 대한 시선을 기존의 부유한 기득권 계층이 아닌 진솔한 우리네 이웃들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도 전문가로 사진 부문에서 활동하는 양해순(53) 씨 역시 “시니어는 많지만 리더 역할을 하는 진정한 시니어는 없는 것 같다. 리더를 배출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한데, 이 명예기자 커뮤니티가 차츰 그런 곳으로 기능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다.

세상과의 소통을 꿈꾸는 이들은 앞으로 남은 3개월(제1기 명예기자의 공식 활동 기간은 6개월이다) 동안 활동에 보다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끝으로 성우로도 오랫동안 활동한 남현경(67) 씨의 한마디. “전문적인 뉴스를 보도하거나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읽는 사람의 가슴을 두드리는 글을 쓰고 싶다.” 이들의 의미 있는 도전은 ‘시니어조선닷컴(senior.chosun.com)’에서 계속 이어진다. 지켜보시라.


* 총 30명의 <시니어조선> 명예기자단 중 당일 촬영이 가능한 14명이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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