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26 10:05

This Man | ‘홍혜걸의 닥터콘서트’ MC 홍혜걸 박사

홍혜걸의 닥터콘서트

TV조선의 의학 토크쇼 ‘홍혜걸의 닥터콘서트’가 시청자와 만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국민주치의 홍혜걸 박사는 더 바빠졌다. TV를 넘어 현장으로 무대를 넓혔고, 책도 한 권 썼다. 이 바쁜 남자가 그간 미처 하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들.

처음부터 보통의 의사가 될 타입은 아니었다. “의과대 생활이 행복하지 않았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는 고백만 해도 그렇다. 본과 2학년 때 사법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다는 홍혜걸 박사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에도 한동안 방황(?)했다. 인문학적 관심이 컸던 그는 자연히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다. 그리고 1992년부터 국내 최초의 의학전문기자로 신문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지면과 방송을통해 얼굴을 알린 홍 박사가 2012년 10월 ‘홍혜걸의 닥터콘서트’를 선보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 듯하다.

닥터콘서트의 탄생

“생각해보면 그간의 방송은 시청자와 괴리가 있었다. 시청자는 제대로 된 정통 의학 프로그램을 원하는데 그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닥터콘서트는 조금 달랐다. 1시간 내내 의사가 직접 자신의 진료 철학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에 없던 프로그램.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고 자부한다”는 홍 박사의 말에는 이견을 덧붙이기 힘들다.

의료계의 불편한 진실을 솔직히 밝히자는 의도로 시작된 ‘홍혜걸의 닥터콘서트’는 방송 직후부터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간 방송에서 쉽게 다루지 못한 의료계 실태를 전함으로써 시청자들의 가려운 부위를 긁어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얼마 후 예상 밖의 문제가 불거졌다.

“폭로나 고발에 초점이 맞춰져 동종업계 흠집 내기처럼 비쳤다. 그러다 보니 섭외 등 방송 자체가 쉽지 않았다. 결국 약간의 우회를 택했다.” 즉, 프로그램의 취지를 살리되 폭로나 고발보다는 의학 정보 자체에 집중하기로 한 것. “닥터콘서트는 의사의 비리를 ‘까발리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의학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 본연의 목적이다.”

홍 박사는 또 닥터콘서트가 상업적인 면에서 무결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떤 협찬도 일체 받지 않는다. 실제로 여러 협찬 제의가 많았지만 다 거절했다. 출연하는 의사들은 100% 나와 제작진의 양심에 따라 택한다. 1년 넘게 이런 근본 정신이 지켜지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이렇듯 홍 박사로 하여금 ‘자부한다’와 ‘자랑스럽다’를 연발하게 하는 닥터콘서트는 홍 박사 자신에게로 향하는 스포트라이트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프로그램의 임팩트가 강한 것 같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많이 알아봐 주신다.”

더욱이 그는 10월부터 매월 한 차례씩 ‘찾아가는 닥터콘서트’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치매나 뇌졸중 같은 질환을 주제로 현장 토크쇼를 펼치는 것. 건강에 민감한 중장년 관객들의 집중도가 높다는 후문.

대중의 관심이 커질수록 비판 어린 시선 또한 피할 수 없는 법. ‘왜 하필 홍혜걸인가?’ 하는 의료계 일각의 물음이 한동안 홍 박사를 따라다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며 손사래를 친다. “아주 뛰어난 의사인데도 방송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걸 보면 너무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당연하다. 그들은 전문 방송인이 아니기 때문에 서툴 수밖에 없다. 제너럴닥터로서 그런 부분을 보완하는 게 내 역할이다.”

일부 기자들은 홍 박사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기자면 기사나 쓸 것이지 연예인처럼 방송이나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홍 박사는 힘주어 말한다. “제대로 된 의학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면 칼럼을 쓸 수도, 만화를 그릴 수도, 또 TV에 나올 수도 있는 거다. 형식은 중요치 않다.” 앞으로도 홍 박사는 대중에게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의학 정보를 전달하는 데 매진할 생각이다. 국내의 높은 의료 수준과 IT 기술을 활용한 ‘동영상 의학백과’나 어려운 의학 정보를 그림으로 알기 쉽게 표현하는 ‘일러스트레이션 토크쇼’ 같은 것을 만들고자 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홍혜걸의 닥터콘서트

방송만이 아니다

홍 박사는 지난해 11월 방송 1주년을 기념해 <홍혜걸의 닥터콘서트>를 펴내기도 했다. 책에는 그간 방송에서 다뤘던 내용 중 중요한 것만 엄선했다. 구체적 의학 정보를 나열하기보다는 교양으로서의 의학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의학 관련 서적과 구분된다. “우리는 대체로 의학에 대한 교양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그릇된 민간 정보에 기대어 헛돈을 쓰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교양으로서의 의학 정보와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교양이든 지식이든 아는 만큼 건강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진리. 좋은 책, 좋은 방송을 꾸준히 접하며 건강에 관심을 갖기를 당부하는 홍 박사는 ‘국민주치의’답게 유용한 팁도 잊지 않는다. “의사와 환자의 불신의 벽을 깨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 의사 한 명을 구하라. 언제라도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가족 같은 의사 말이다.” 과잉 진료가 판치는 ‘불신의 시대’에 친한 의사는 적절한 의료 선택을 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된다는 것.

끝으로, 시청자들이 한 번쯤 궁금해했을 법한 홍 박사 본인의 건강관리법을 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걷는 것이라고. “밤에 1시간 40분씩 집 근처 양재천을 걷는다.” 천천히 산책하듯 걷는 것을 즐긴다는 홍 박사는 걷기가 칼로리 소모뿐 아니라 신경을 안정시켜 불면증이나 화병 같은 현대인의 고질병을 해소한다며 ‘걷기 강력 추천’을 외친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더 많은 홍 박사의 콘서트는 쉼없이 계속된다. 그 같은 부지런한 주치의를 만나 시청자는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