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내가 하고 싶은 한 가지

입력 : 2013.12.26 10:06

New Year

갑오년 청말띠의 해가 밝았다. 진취적이고, 성격이 곧고, 활발한 특징을 지닌 청마의 기운을 받아 더욱 활기찬 한 해를 맞이한 이즈음,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은 새해 소망은 무엇일까. 각 분야 5인에게 새해 각오를 들었다.


부지런하기

김경식 호서대 게임학과 교수

김경식 호서대 게임학과 교수

노인용 기능성 게임 ‘팔도강산(1~3)’ 등을 개발하며 게임산업계를 이끌고 있는 김경식 교수에게 2014년은 조금 특별하다. “올해는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재도약기가 될 것이다. 좋은 게임도 많다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건강·재활, 교육·훈련 분야에서 게임을 활용하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한데, 여기에 국내의 고급 게임 제작 기술이 활용돼 복지에 기여할 수 있기 를 고대한다.” 특히 김 교수는 6개월간 네덜란드에서 연구년을 보내며 해외 학술 교류 및 유럽 연구자들과의 관계 구축에 집중할 계획이다.

2014년 누구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김 교수는, 반드시 하고 싶은 한 가지로 ‘부지런하기’를 꼽는다. 낮에는 부지런히 일하고 밤에는 충분히 쉬되, 건강 관리나 일 관리·대인관계 관리 등 감당할 일이 많아질 것에 대비한 것. 올 한 해 그가 가슴에 새길 한 가지 표어는 ‘10분 일찍 움직이기’.

“그간 바쁘게 지내면서 5~10분 아끼느라 시간을 딱 맞추려니 지각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결례도 하게 되고. 움직일 때 뛰거나 초조했던 일이 많았던 것을 반성한다. 일에서든, 생활에서든 여유를 찾는 것이 나이 들수록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올 한 해 스스로를 칭찬하는 데도 인색하지 않겠다는 김 교수는 “나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의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하겠다”며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좋은 노래 딱 하나 만들기

장사익 소리꾼

장사익 소리꾼
©장은주(C.영상미디어)

팬은 있을지언정 안티팬은 없는 가인(歌人) 장사익. 노래 첫 구절만 들어도 이내 팬이 될 수밖에 없는 마력을 지닌 그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웬만한 아이돌 가수 이상의 존재감을 지닌다. 익히 알려지긴 했지만 그의 이력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보험회사 사원을 시작으로 전자회사 종업원, 가구점 직원, 노점상, 카센터 직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40대 중반에 가수로 데뷔한 입지전적 인물. 가요나 국악 등 특정 장르로 규정짓기 애매한 독창적인 창법은 듣는 이들의 감성을 마구잡이로 흔들어놓는다.

“12월에는 지난 1년을 되돌아보게 되잖아유. 매제가 운영하는 카센터에서 이런저런 잡무를 하면서 3년째 되던 해였는데, 이건 아닌 거유. 그래서 진짜 하고 싶은 일 3년만 해보자 했던 거쥬.” 이렇게 해서 1993년 1월부터 태평소 연주를 배우며 사물놀이패와 공연을 다녔고, 이듬해 우연찮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가수로서의 인생을 시작했으니, 2014년이면 어느덧 데뷔 20년을 맞는다. 늦가을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국화꽃이 앞선 계절 동안 내실을 다지듯 대기만성형 인생의 전형으로 꼽히는 장사익 또한 지난 시간 부단히 노력해왔다. 아이가 탯줄을 잡고 세상에 나오듯 삶에서 음악의 탯줄을 놓지 않았던 것.

“내일이란 것, 새해라는 것은 꿈이고 설렘이잖아유. 그렇지만 뭔가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결코 도움이 될 수 없지유. 집을 지을 때도 벽돌을 하나하나 쌓듯 하루하루가 소중한 거유. 생전에 박영석 대장이 그러데유. 저 산 정상에 오르겠다 마음 먹으면 꼭대기를 보는 게 아니라 한 발자국 앞만 보고 간다고.” 느릿한 충청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에게서 신발끈 고쳐 매고 가열차게 도전하는 삶의 태도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년에는 좋은 노래 딱 하나 만들어야지, 하는 꿈이 있네유”라는 그의 말 속에서 삶을 대하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후배들과 경륜 나누기

황교순 ㈜베스트토요타 대표

황교순 ㈜베스트토요타 대표

토요타 자동차의 판매 및 정비 사업을 운영하는 베스트토요타의 수장 황교순 대표는 “2014년은 가야 할 길을 찾아 고군분투, 동분서주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인생의 좌표를 다시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은 결국 자신의 삶을 명품 인생으로 가다듬기 위해서라는 것.

황 대표가 정의하는 명품 인생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존감을 더해가고 나의 인생이 남의 인생에 기쁨과 도움을 주며 사는 것.” 이를 위해 올 한 해 그가 계획하는 것 한 가지는 후배들과 경륜 나누기. “지금까지 자동차 판매·서비스 분야에서 약 30년간 일해왔다. 그간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업계의 젊은 후배들이 직업적 자긍심을 갖고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고 싶다.” 황 대표는 도움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자신의 진솔한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외에 여유가 된다면 드럼 연주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황 대표. “동호회 형태의 시니어 악단 멤버가 되어 연주를 통해 세상에 하모니를 전파하고 싶다”는 그다.

“사람에겐 모든 게 유한하다. 그렇다고 체념하며 살 순 없지 않은가. ‘세월에 떠밀려 다니는 삶’이 아닌, ‘세월을 헤쳐나가는 삶’. 쉽지 않은 삶의 방식이지만 절대 방관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삶이 진짜 ‘명품 인생’일 것이다.”


색소폰 배우기

김용남 글로벌PMC㈜ 대표

김용남 글로벌PMC㈜ 대표
©이경민(C.영상미디어)

중소형 빌딩 전문 자산관리 기업 글로벌PMC의 김용남 대표는 2014년을 ‘본격적 도약의 해’로 내다본다. 2004년 설립된 글로벌PMC가 올해 10주년을 맞는 것. “중소기업에서 ‘10’이라는 숫자는 의미가 크다. 처음 2명으로 출발한 회사가 지금은 150명 규모로 성장했다. 감개가 무량하다.” 지난 10년간 중소형 빌딩 자산관리 분야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한 글로벌PMC는, 이제 2월부터 시행되는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도 탄탄한 토대를 구축해나간다는 복안이다.

한 해 동안의 기분 좋은 계획에 들뜬 김 대표가 2014년 꼭 하고 싶은 한 가지는 바로 악기 연주.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악기는 중년 남성들의 로망 색소폰이다. “오랫동안 생각만 하다 실천에 옮기지 못했는데, 올해는 꼭 색소폰에 도전할 것이다. 아내와 함께 등산을 갔다 하산하는 길목에서 색소폰 연주자를 만나곤 하는데 그때마다 그의 연주에 넋을 잃는다.”

김 대표는 ‘마음을 치유하는 악기’ 색소폰이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개인적인 취미로도 좋지만 나중에 요양 시설 같은 곳에서 연주 봉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거양득 아닌가.”

그런 김 대표에게 명품 인생이란? “내 이름 석 자가 최고의 브랜드가 되도록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열정을 다해 노력하는 삶. 그래서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것은 물론 타인에게도 존경받는 삶, 그런 게 명품 인생 아닐까.”


원시적인 미를 찾아 여행

박여숙 박여숙화랑 대표

박여숙 박여숙화랑 대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화랑을 개관한 지 30년. 고 김점선 작가의 회화전을 시작으로 박여숙화랑의 기획 전시는 미술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후 이영학, 김종학, 박서보, 이강소 등 국내 내로라하는 작가 중 박여숙화랑에 작품을 걸지 않은 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도예 전문 갤러리인 우리그릇 려, 박여숙화랑 제주분점 등도 개관했다. 화랑 운영 중간중간 어려움이 있긴 했어도 전반적으로 상승·유지 기조를 이끌어왔던 그녀에게 지난 4년여는 호된 시련을 겪은 시기였다. 2007년 아트펀드를 조성했는데 이듬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그림값이 폭락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것. 자산을 처분하는 등 갖은 노력 끝에 올해 모든 빚을 갚은 그녀는 새해를 맞는 감회가 새롭다.

“그간의 30년을 매듭짓고 또다시 시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2014년에는 국제아트페어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내 작가를 해외에 알리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알리고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냈을 때 보람이 무척 크다. 탄광에서 다이아몬드를 발굴했을 때 느끼는 기쁨에 비견될 만큼.”

그렇다면 늘 명화와 함께하는 그녀가 생각하는 명품 인생은 무엇일까. 치열하게 열심히 일하는 한편 음악·미술·운동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유할 줄 아는 삶이라는 답변. 아시아와 아프리카 원시미술에 부쩍 관심이 생긴 박 대표의 새해 목표 중 하나는 인도, 중국, 아프리카 등지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