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여자라 걱정? 문화재 보면 힘 솟아요"

"또 여성 청장이라 걱정된다고요? 지금 문화재 보존 관리 현장에 여성이 얼마나 많은데요. 여자라서, 남자라서 어떻다는 건 전근대적인 생각이죠."

새 문화재청장에 나선화(64·사진) 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이 24일 내정됐다. 문화재청장은 전임 변영섭 청장이 지난달 15일 경질된 이후 한 달 이상 공석 중이었다. 나 내정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숭례문 부실 복구 논란 등으로 지금 문화재청과 관련 업계에 상처가 많다. 잘 꿰매서 국민이 우리 문화재에 자긍심을 되찾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도자사(陶磁史) 전공인 나 내정자는 대표적인 '현장형 전문가'로 통한다. 경기도 광주 등지의 조선시대 백자 가마터 발굴을 비롯해 경북 순흥 읍내리 벽화고분 등 고고학 발굴에도 주역으로 참여했다.

미술사뿐 아니라 고고학계·불교계와도 두루 관계가 밀접하다. 서울 출생으로 숙명여고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학예실장 등으로 35년 동안 재직했다. 매장·동산·무형 문화재분과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재위원을 지냈다.

나 내정자는 독신이다. 현장에선 여걸로 통하고, 강단이 있지만 합리적인 성격이라는 평. 그는 "올여름에만 장거리 비행을 여러 번 했는데도 곧바로 시차 적응할 정도로 체력에는 자신 있다. 나는 문화재만 보면 힘이 나는 스타일"이라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발탁 이유에 대해 "전문성과 경험이 뛰어날 뿐 아니라 문화재 관련 인사들과 교류와 소통도 활발해 문화재청의 각종 현안을 원만히 해결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