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올 한해 내가 가장 잘한 일

한 해가 가고 있다.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았다. 이십 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기저기 세상이 너무 궁금하여 구경하다 한 여성환경단체의 서포터즈 활동을 지원하여 시작하게 된 일이라 생각한다.

고등학생 때부터 내 좌우명이라고 정하고 항상 지갑에 소지했던 문장 한 줄- A man's value to the community depends primarily on how far his feelings, thoughts, and actions are directed towards promoting the good of his fellows.

인간의 가치는 인류 공익에 얼마만큼 자기 생각과 감정 그리고 실천이 경주되었는지에 따른다는 무시무시한(?) 좌우명으로 긴 직장 생활에서도 후배양성이 나의 좌우명에 부합한 활동이라 위안 삼았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은 세상에 뭔가 빚지고 있다는 생각에서 떠날 수 없었다.
 
그런데 여성환경단체의 지구를 위한 작은 보살핌의 실천들을 서포터즈로서 도우며 빚진 마음을 조금씩 덜 기회가 되었다. 올 상반기 잠깐 직장을 쉬는 중이라 맘 편하게 환경 관련 실천(일주일에 한 번 캔들 나이트, 비 전력 실천 후 알리기, 생활 속 유해물질 알고 사용하지 않기, 천연환장품 만들어 쓰기-화장품 다이어트, 농부와 요리사의 마르쉐 장터 찾기, 도시 텃밭 가꾸기, 대사증후군 예방 요리 실천하기)을 너무도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퇴근 후 달려와 모임에 참석하고 열띤 의견들을 나누며 실천하는 똑똑한 개념 여성(이제 스물한 살 모모님부터 40대 중반 에코디케님까지)들을 많이 만날 수도 있었던 보람된 자리였다.  
 
이 환경단체에서 10월 말 서울시민청 지하 바스락홀 에서 ‘제1회 에코 컨퍼런스-WITH A CUP’를 개최하게 되었다. 나는 홍보기획경력을 활용하여 온라인 콘텐츠 기획팀 서포터즈로 자기 컵 가지고 다니기(WITH A CUP 캠페인)를 통해 일회용 컵 사용을 자제하여 환경실천을 할 수 있는 설문조사를 하게 되었다. 잠깐 프로젝트 전시 기획 일을 하는 중이라 수십 명 설문이 쉽진 않았지만 보람된 일이었다.

현재 하루 1,035톤, 한 해 38만 톤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으며 연간 4천억 원의 자원이 낭비되고 있고 그 쓰레기 처리만도 무려 1천억 원이 지출되고 있다고 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일회용품은 '종이컵'이며 통계적으로도 종이컵의 한 해 생산량이 120억 개에 달하는 등 생활의 편리함과 세련됨 추구로 인해 (요즘 대부분 커피집에서 사용되고 있는 일회용 컵 포함) 사용량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종이컵의 원료인 펄프는 매년 7만 톤이 넘는 양이 수입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한 해 여의도 면적 3배에 해당하는 숲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중국 미세 먼지로 인해 우리나라도 안전치 않은데 바로 중국의 공업화 산업화에 따른 사막화의 영향도 심각할 것이다.
 
또한, 최근 종이컵 속 내부코팅제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보고, 페트병 생수를 둘러싼 비스페놀A 검출논란 등은 환경오염과 재활용의 관점뿐만 아니라 건강상의 점에서도 심각성을 말해준다. 2008년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폐지로 인해 종이컵 사용량이 1년 만에 45%(2009년 5월 환경부 자체 조사결과)나 증가하였다.

2012년에는 연간 사용량이 2011년에 비해 1억 개가 늘어나는 등 일회용 컵 대신 개인 컵을 쓰는 일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에 여성환경단체에서 에코컨퍼런스의 주제로 일회용 컵에 주목하게 되었고 다양한 문화적 접근방식을 통해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WITH A CUP 캠페인을 실시하게 되었다.
 
주로 20대 여성이 80%로 총 300여 명이 참여해준 설문조사결과 커피 매장에서 고객의 요구에 따라서는 다회용 컵 (머그잔 등)을 제공해 주고 있는데도 몰라서 일회용 컵에 커피를 받아 마시는 고객이 35%가 있었고, 자기 컵을 가지고 다니면 할인해주는 제도 자체도 모르거나 알지만, 할인받은 적 없는 사람도 50% 이상이었다.

커피 매장에서는 특별히 고객이 요구하지 않는 한 일회용 컵 사용이 일반적이었고, 자기 컵 사용 할인액이 300원에서 500원 이상 되어야 자기 컵 사용에 동기부여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용 컵 사용 자제를 위해서는 정책, 제도적 지원과 매장의 노력, 소비자의 인식변화가 30%대의 고른 분포로 조사되었다.
 
내가 지금 나의 편리와 속도를 위해 일회용 컵을 쉽게 사용함으로써 내 후세에게 사막화된 지구의 스모그 가득한 대기를 선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해보고, 환경보호 인식과 생활실천에 보탬으로 자기 컵 가지고 다니는 작은 실천의 노력을 잊지 말아야겠다.
 
지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면서도 미래세대가 필요로 한 충족 능력을 축내지 않는 발전이라는 발표를 본 적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올 한해 가장 잘한 일은 자연과 더불어 느리게 사는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여성환경단체 활동에 작은 실천이지만 내 힘을 더하는 것을 시작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