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5 新중년] [제2부] 新중년 선배(60~75세)의 제2전성기 본 '예비 新중년(40~59세)'… "철저히 준비해 정년보다 10년 더 일해야죠"

"얼마 전 술자리에서 신중년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40~50대 또래들이었는데, '앞으로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할 텐데,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이 많았습니다."(이상건 미래에셋 상무·46)

"일흔이 넘은 선배님들이 사회활동을 하는 게 참 좋아 보였습니다. 예전에는 환갑잔치가 있었는데, 요샌 칠순 잔치도 안 하는 추세예요. 지금 60대는 청년에 가깝지요. 저도 이런 멋진 신중년이 되려고 준비 중입니다."(김원길 안토니 대표·52)

4050 예비 신중년들이 말하는 '신중년'에 대한 단상(斷想)들이다. 본지가 중소기업 대표, 공무원, 교직원, 금융사 임원, 주부, 연예인 등 각계각층의 40~50대 예비 신중년 10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바라보고, 기대하고, 준비하는 신중년의 모습들을 들어봤다.

◇"선배 신중년들이여! 일하는 신중년의 모델을 만들어 달라"

예비 신중년들은 '신중년의 출현'에 우선 환영하고 반겼다. 우리나라 '첫 여성 은행장'으로 내정된 권선주(57) IBK기업은행장 내정자는 "신중년은 인생의 새로운 황금기 같다"며 "주변에 보면 신중년에 굉장히 치열하게 사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수 인순이(56)씨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층 젊은 신중년이 제2의 인생을 개척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신중년은 언제까지 일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예비 신중년 10명 중 7명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라고, 2명은 "75세까지"라고, 1명은 "70세까지"라고 답했다. 예비 신중년 전원이 법정 정년 연령인 60세보다 10년 이상 더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부 최승주(50)씨는 "지하철 안내, 학교 봉사 같은 소소한 일이라도 '계속 일할 수 있다'라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했고, 김호섭(45) 건국대 홍보실장은 "주된 직장에서 은퇴한 뒤 15년 정도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순이씨는 "패티김 선배처럼 언제까지나 무대 위에서 자신 있게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선배 신중년 세대'에게 "일하는 신중년의 모델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김형윤(47) KB자산운용 상무는 "나이 들어도 경험을 바탕으로 일할 수 있는 사회가 선진 사회인데, 현재 신중년들이 '일하는 신중년'이라는 확고한 모델이 돼주길 바란다"고 말했고, 박광회(55) 한국소호진흥협회 회장은 "권위 의식을 버리고 젊은이들과 교감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신중년이 돼달라"고 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제2전성기 맞겠다"

예비 신중년은 10명 중 8명이 "제2의 전성기를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신중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크게 경제, 건강, 인간관계에 대한 준비였다. 미래에셋 이 상무는 "퇴직연금·개인연금은 가입 한도까지 무조건 불입하고 있다"고 말했고, 건국대 김 실장은 "홍보·마케팅 분야 석·박사 학위를 준비 중이고, 친구·이웃과의 유대관계를 다지면서, 수영과 등산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중년기가 '자유로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부담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송기민 한양대 교수)"거나, "내가 잘 아는 것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기획재정부 최상목 실장)"고 응답했다.

◇신중년 장벽은 연공서열 문화

우리 사회가 신중년이 일하기 어려운 사회라는 점엔 예비 신중년 모두가 동의했다.

KB자산운용 김 상무는 "우리 사회는 유교 문화에서 비롯한 연공서열, 기수 문화가 뿌리 깊다"며 "조직의 장(長)들이 자신보다 나이 많은 직원을 용납 못 하는 문화도 문제"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이 상무는 "신중년 중에는 나이를 내세워 권위를 인정받으려는 경우가 있는데, 수평화된 사회에 맞게 탈권위적인 신중년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최씨는 "주변에 신중년에 대해 '그냥 쉬지, 왜 일하려고 하느냐', '젊은이들한테 기회를 줘야지'라는 사람이 많다"면서 일하는 신중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