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화장실에서 완성된다

남자의 완성은 무엇으로 될까? 여성들이 환호하는 연예인들의 보기 좋은 복근도 물론 완성일 수 있다. 그렇지만 예쁜 근육이 근력은 아니다. 훈련으로 단련된 복근이 복압과 일치할 때 인체는 조화롭다.
 
엉덩이를 둘러싼 근육이 척추를 곧게 하고, 훈련된 복부는 척추를 통해 근골의 폭발이 몸 밖으로 표현된다. 남성의 완성은 척추가 곧고 높게 하늘과 땅을 향하면 되기는 한다. 골반을 둘러싼 엉덩이 근육은 원시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현대적 남성성이 뚜렷한 스포츠에서도 중요한 요인이며 매력이다. 그럼 완성이 되는 걸까?

노화는 물로 표현된다. 인간은 물이 반(半)이 넘는다. 신생아는 대략 77%다. 몸에 생명의 물이 넘칠 때다. 돌쯤에는 이게 65%다. 성인남녀는 대략 60%, 55%다. 노화는 물로 표현된다. 여름에 자전거를 종일 타면 2~3kg은 금세 빠진다. 갈증을 떨어내려 멋지고 시원하게 물을 콸콸 들이마시는 마초의 모습이 남자의 완성일까?

여성은 5%만큼 다르다. 피하에 지방이 그만큼 남성보다 풍성하다. 피부가 꽃으로 피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남성은 5%만큼 물이 더 많다. 남자의 피부는 돌로 쌓은 성같이 단단하다. 남자의 완성은 피부인가?
 
코엑스 앞길은 가끔 길이 막고 F1경주 차가 전문 레이서가 탑승해 고대부터 근세까지의 기마를 한 남성의 속도감을 굉음의 질주로 표현하기도 한다. 고속의 레이싱 카를 움켜쥔 최고의 레이서는 아직은 남성의 벽이 높다. 이 원시적 기마의 꿈이 남성의 완성일까?

서울의 동대문 옆에 얕은 구릉이 하나 있다. 이 낙산의 성벽을 따라가면 서울이 새롭다. 낮은 언덕이 어느덧 높아진다. 주위도 훤히 내려 보인다. 낙산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거다. 느닷없이 어느 날 눈 속에 그곳만의 고유한 팔방이 뚫린 여유가 눈에 들어왔다. 이 몇 해 전의 기억에 데자뷔처럼 일치되는 문장이 하나 머리에 쓰인다. 남성은 화장실에서 완성된다는 성문(成文)이 그거다.

소변기 앞에서 잠시의 여유로움은 그만큼 성숙한 문명을 볼 수 있는 단층이다. 삶의 급박 속에서도 여유롭게 자신과 남에 대한 배려는 낙산처럼 아름답다. 낙산은 크지도 높지도 않다. 단지 그 여유로운 높이만큼 세상이 고요히 관조 되는 공간이다.

인체의 생리적 현상이 완결되는 공간은 추할 필요는 없다. 화장실을 문화로 격상시키는 배려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무형의 기부에 동참하는 것과 같다. 남자는 화장실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