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미국인으로 뚝딱 둔갑시킬 수 있나? 불가능하다. 어떤 문자의 뜻, 특정한 용례, 정서를 100% 타(他) 언어로 옮기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번역은 반역이라고 했다. 한국어의 4는 미국어의 4가 아니다. 숫자가 같다고 모든 게 같아질까? 아마 그렇지 않을 거다. 4는 사고, 넷이다. 뒤의 4는 four다. 읽는 속도도 다르고, 발성법도 같지 않다. 번역에 조롱의 화살을 맞추는 것은 마냥 환영할 일일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는 판타지다. 고양이가 버스가 되고, 하늘을 난다. 유령이 나오기도 한다.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 그럼 미야자키 감독은 틀린 걸까? 틀린 그는 조롱거리 대상일까? 세상에 대한 해석은 단 한 가지가 아니다. 오역은 신의 영역이 아니다. 인간을 가짜로 단죄하고 돌을 던질 수 있다고 속설의 신화가 한국의 번역 시장에는 가끔 있다.
안타깝게도 오역은 근원적으로 인간의 의사소통에서 발생 되는 인본 적 근원에 기인하는 부조리다. 직조되는 언어의 순서, 재질, 짜는 방식은 패턴의 이질성을 만들어 낸다. 오역은 예방돼야 하지만 수정될 수 있는 문화적 본질의 한 단층이기도 하다. 인간 존재 방식의 한 단면이라 옳고 그른 것을 따질 수는 있지만, 그것 자체로 번역가의 인격을 짓밟을 근거로 삼는 것은 비열하다.
한국인에게 한국 내 타(他)지역의 토속 말을 들려주면 다 알아들을까? 사실 그렇지 못하다. 언어 구사력의 문제가 아니다. 언어는 익숙함이 중요하다. 익숙하지 않으면 그 억양과 강세가 같은 언어 사회 속의 구성원에게도 때로 청음이 불가능해진다. 모음이 뭉개지거나 흐려지거나 미약하게 다른 음과 지나치게 인접되면 아예 안 들린다. 외국어는 더할 거다. 학습어는 생활어와 마라톤을 하면 못 이긴다.
문자도 마찬가지다. 가령 중세의 한국 음을 담던 중세의 문자나 문장을 현대의 한국인에게 읽으라 하면 가독력은 매우 낮아진다. 문자 하나하나를 발음해봐야 비슷한 현대어를 일치시킬 수 있다. 문자는 말과 같고, 그 말은 벌판을 달리고 산을 넘는다. 은어, 비속어, 유행어만 바뀌는 게 아니다. 책도 묵으면 고서가 아니라도, 고풍스러운 말투의 냄새가 난다. 문자나 문장이 박물관이 돼버린다.
국어만 그런가? 영어도 그렇다. 미국 동부의 필라델피아에 사는 손아래 동서인 미국인에게 일본인이 1930년 대에 편찬한 유명한 영어 교재를 읽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이 미국인은 그 오래된 영어 참고서를 읽으면서 연신 ‘beautiful’이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요새는 이런 표현은 쓰지 않는다고 했다. 시대별로 언어는 문화재로 되거나 고물이 돼버린다.
문자는 변한다. 사람이 변하고, 시대가 변한 만큼 문자는 폭이나 깊이가 달라진다. 귤과 탱자에 관한 중국 고사도 있지 않은가? 오역은 막아야 할 일이나 한정된 시간에 다양한 검증을 거치지 못하면 발생 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오역이 발생할 때 두 가지 현상이 있다. 조롱과 비난이 아니면 어떻게 보완해야 번역의 속도도 빨라지고, 정확도를 높아질까 하는 건설적 대안 제시다.
나쁜 것은 조롱이고 비난이다. 지적은 뜻이 높은 거지만 그것도 상대를 누르자는 것이면 안 된다. 자신의 승리를 나타내기 위해 로마의 검투사처럼 누워 있는 자를 찌르려 해서는 안 된다. 비판의 건전성은 오역에 대한 번역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서 멈춰야 한다.
번역도 일종의 정신 연마다. 또, 문자를 재해석하고 창출한다. 그래서 다른 것과 달리 더 엄밀한 자기 기준이 필요하다. 시간의 적절한 허용은 번역에 필수다. 한국의 번역 시장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 2003년도에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제인구달기사, 안네 프랑크 기사 등을 번역한 적이 있다.
번역은 살아있는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해체해 시시각각 변동하는 여러 형태의 그릇에 옮겨 담으면서도 맛과 온도와 식감과 색깔과 순서를 바꾸지 않으려 하는 해석행위다. 커피도 생두를 로스팅해 최적의 원두를 만들고 이걸 다시 핸드 드립해 먹는 커피의 맛과 향이 좋다고 한다.
어려운 점은 이렇게 뽑은 커피도 시간이 지나면 생두의 원산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한다. 번역도 사람에 따라 달라지고, 언어에 따라 생활적 한계가 존재한다. 광고 카피 문구도 지역에 따라 뜻이 크게 달라진다. 번역은 그런 면에서 어렵고, 어쩌면 불완전한 생물체다.
책이 화제의 책일 경우가 있다. 이런 책은 시간이 중요한 마케팅의 요소다. 최상의 번역물을 시장에 내는 것은 출판사나 번역가나 원작자에게나 중요하다. 한국의 번역 시장은 작다. 따라서 시간적 긴급성이 때로 번역물의 완성도에 지장을 해를 입힐 수 있다. 그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높은 단계의 선택을 번역 작가, 기간을 배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오역방지만큼 중요한 것은 건설적 대안 제시다. 이게 아닌 조롱 하는 짓은 아름답지 않다.
오역을 지적하는 행위도 문화 행위다. 따라서 격이 있어야 자신이 높아진다. 문화와 생활 관습를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번역은 어렵다. 번역가와 번역가는 상생의 도움을 펼쳐야 한다. 때로, 디테일에 강한 번역가가 유려한 표현에 강한 번역가와 유트브에 흔한 불개미구(球)(fire ant ball)를 만들어 풍덩 물속에 밀어 넣어도 다시 표면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집단이 뭉쳐 때로는 액체처럼 때로는 고체처럼 움직이는 모습에서 한국의 번역 문화의 건설적 비판의 문화의 미래 형태가 들어 있는 듯하다. 번역은 칼의 문화가 아니라 펜의 문화고, 펜은 죽이기보다 보다 나은 완성을 위한 목적에 사용해야 한다. 오역이 문혁이 된다면 그건 사회나 문화에 불행한 시작일 뿐이다.